낙엽 지는 늦가을, 특색 있는 오페라 3편이 관객을 유혹한다.
한국어로 노래하는 충무아트홀 자체 제작 오페라 ‘리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국립오페라단의 ‘오텔로’, 서울시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이 그것. 11월 나란히 무대에 오르는 ‘3색 오페라’를 짚어본다.
◇대중에 가까이 다가가는 오페라 ‘리타’=왜 오페라는 어렵고 지루할까? ‘리타’는 이런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제작진이 내린 결론은 두 가지. ①오페라는 외국어로 되어 있어 알아듣기 어렵다, ②대중적인 배우가 없어 친근감이 들지 않는다.
충무아트홀은 ‘리타’를 만들며 철저하게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기로 했다. ‘리타’는 ‘사랑의 묘약’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제티의 작품. 기가 센 여인 리타, 그리고 리타를 거부하는 두 남자가 벌이는 해프닝을 담았다. 등장인물은 3명뿐이지만 구성이 탄탄하고 흥미진진하다. 우선 제작진은 외국어로 공연하고 자막을 보는 형식이 아닌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했다. 여기에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의 정확한 대사전달과 감정표현으로 작품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연령대를 젊은 층으로 낮추면서 대극장용 대형오페라 대신 중극장용을 택했다. 관객과 거리를 좁히고 코믹하고 유쾌한 내용에 피아노 선율이 어우러지는 공연으로 만들었다.
주목할 점은 연출가.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반헬싱으로 열연하고, 내년 4월 일본에서 올려질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역에 캐스팅된 배우 양준모의 오페라 연출 데뷔작이다. 그는 “성악 전공자로 항상 가슴 깊은 곳에 아껴두었던 오페라를 연출하게 돼 무척 설렌다”고 밝혔다. 리타 역에는 소프라노 장유리, 두 남자 베페와 가스파로 역은 이경수와 최재림이 맡았다. 11월 8∼9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4만∼6만원(1544-1555).
◇베르디 오페라의 음악적 완결 ‘오텔로’=이 작품은 ‘햄릿’ ‘리어왕’ ‘멕베스’와 함께 셰익스피어 4대 비극으로 꼽힌다.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가 6년의 장고 끝에 완성한 대작이다. 희대의 악역 이아고와 열등감으로 인해 파멸하는 영웅 오텔로의 모습을 통해 가장 잔인한 비극을 보여준다.
사회적 혼란, 인물의 내적 갈등, 비극적 결말로 이어지는 줄거리에 장엄하고 웅장한 음악을 더해 베르디 오페라의 완결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규모가 크고, 내용이 연극적 요소를 겸하고 있어 상당한 기량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지휘는 영국인 마에스트로 그레엄 젠킨스, 연출은 영국의 스티븐 로리스가 맡았다. 주인공 오텔로 역에는 ‘전설의 오텔로’라고 극찬 받은 테너 클리프턴 포비스와 유럽에서 활동 중인 박지응이 캐스팅됐다. 악역 이아고는 ‘오텔로보다 더 강렬한 이아고’로 꼽히는 바리톤 고성현과 우주호가 맡았다. 이탈리아어 공연. 11월 6∼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1만∼15만원(02-586-5284).
◇비극적 창작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이 작품은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출 없는 리딩 공연 형식으로 먼저 선보였다. 당시 호평을 받아 이번에 정식 공연으로 초연하게 됐다. 고연옥 작가와 최우정 작곡가가 의기투합했다.
주인공은 나이 오십이 넘도록 혼자 살다 술집 종업원 경자를 만나 새 삶을 시작한 수남. 그가 계모와 의붓 여동생을 살해한 경자의 죄를 대신 뒤집어쓴다는 비극적인 내용이다.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이 예술총감독을 맡고 일본 연출가 사이토 리에코, 지휘자 윤호근이 참여한다. 소프라노 장유리·정혜욱이 경자 역을, 바리톤 염경묵·김재섭이 수남 역을 맡는다. 11월 20∼23일 서울 종로구 세종M씨어터. 1만∼7만원(02-339-1114).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깊어가는 가을… 관객 유혹하는 ‘3색 오페라’
입력 2014-10-28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