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한 달 앞둔 새누리 보수혁신위] ‘혁신’과 ‘현실’ 사이

입력 2014-10-27 03:49
출범 한 달을 앞둔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가 국회의원에게 ‘무노동무임금’ 적용을 추진하는 등 폭발력을 갖춘 이슈를 선점했다는 측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의원특권 내려놓기가 상당수인 혁신 과제를 놓고 당내 이견이 큰 데다 야당까지 설득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지난달 29일 닻을 올린 보수혁신위의 ‘뜨거운 감자’는 무노동무임금 적용 방안이다. 이는 국회의 원 구성 지연 및 파행·공전, 국회의원의 구속 상태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에 불출석할 경우 세비를 삭감토록 하는 것이다. 현재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다뤄온 세비에 대한 심의·의결 권한을 외부 독립 기구인 ‘세비조정위원회’(가칭)를 통해 위임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의견수렴 일정 등 유의미한 외부 일정이 많은 상황에서 이 원칙을 일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단순히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출석 체크를 통해 무노동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방안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통로가 비좁은 초재선 의원에게 불리한 제도라는 것이다. 혁신위 방안은 출판기념회 현장에서 정가 판매만 허용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선안보다 훨씬 강력하다.

혁신위는 또 ‘방탄 국회’를 막기 위해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보고된 지 72시간이 지나면 자동 가결되도록 국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행 국회법은 체포동의안이 72시간 안에 처리되지 않으면 부결 처리된 것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위헌 소지가 있는 과잉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견이 큰 과제들을 혁신위의 활동 시한인 내년 3월까지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은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혁신 과제는) 국민이 기준”이라며 “민심이 당심을 우선한다고 본다”고 했다. “국민이 하늘이며 국민이 먹고사는 경제가 하늘”이라는 뜻에서 ‘민위천(民爲天) 식위천(食爲天)’이라는 말을 강조하기도 했다. 개헌에 대해선 “4·19 때 내각제 개헌을 했고 1년도 안 돼 쿠데타를 불러왔다”면서 “9번의 개헌이 우리 국민에게 아픈 역사였는데 다 잊어버린 듯 말하면 곤란하다”고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혁신 과제 중 당내 갈등을 촉발시킬 뇌관은 공천 개혁이다. 김 위원장은 차기 총선 공천과 관련해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적 인지도나 계파에 따라 입장이 달라 당내 의견을 모으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더 나아가 대선 경선 룰에까지 메스를 들이댈 경우 메가톤급 파장이 불가피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구성 등 정치 혁신을 논의하기 위한 공식 회동을 김 위원장에게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회동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김경택 기자, 사진= 김태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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