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용 장비 뻥튀기 수입’ 김철수 차장이 승인… 무능? 묵인?

입력 2014-10-27 03:41

해군 통영함에 탑재된 2억원짜리 부실 장비의 목표가를 41억원으로 승인한 실무 책임자가 현 방위사업청(방사청) 김철수 차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미국 업체와의 가격협상 과정에서 여러 부실 징후가 드러났음에도 방사청이 이를 알지 못했거나 묵인한 셈이어서 책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가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방사청 자료에 따르면 김 차장은 2009년 10월 12일 방사청 원가관리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실무진으로부터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를 41억원에 사겠다는 보고서를 받고 서명했다.

문제는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의 보고에서도 HMS의 가격 산정이 주먹구구로 부실하게 이뤄진 정황이 뚜렷했다는 점이다, 방사청 원가총괄팀은 당시 “HMS가 현재 시험평가 중인 장비이며 유사 장비 가격정보 분석 결과 신뢰성 결여 및 제안가 초과로 활용불가”라고 제시했다. 아직 실전에 배치되지 않은 장비인 데다 비슷한 유사 장비를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이 분석한 정보는 거의 ‘면피성’ 보고에 가깝다. 품질원은 HMS의 3가지 부품(공구류)에 대해 각각 0.87달러, 1.65달러, 35달러라는 정보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부품은 업체가 무상 제공하는 품목이어서 가격 정보로는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HMS와 유사한 다른 장비는 약 190억원(1826만 달러)나 돼 예산을 초과하기 때문에 이 또한 가격 정보로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보고도 했다.

하지만 방사청 원가총괄팀은 “업체 제시 가격을 기준가로 적용하겠다”고 결론내렸다. 가격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었음에도 업체가 부른 가격을 그대로 인정해준 셈이다. 결국 미국 업체는 HMS를 48억2000만원에 사라고 제안했고, 원가총괄팀은 12% 정도 가격을 낮춰 41억원에 합의했다. 이후 원가총괄팀장(소령)은 “유사 장비의 평균 감가율(협상으로 인하하는 가격 비율)이 9% 수준인데 HMS는 12%나 값을 떨어뜨렸다”며 이를 승인해 달라고 요청한다.

공교롭게도 통영함 HMS 구입 과정에는 현재 해군과 방사청 최고위 인사들이 책임자로 등장한다. 해당 장비를 방사청이 직접 사도록 결정한 당사자가 황기철 해군참모총장(당시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이고, HMS를 41억원에 사도록 승인한 이가 김 차장이다. 이들이 가격 산정 문제를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았다면 부적절한 묵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 의원은 “원가총괄팀의 가격 결정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김 차장이 이를 알고도 묵인한 건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고의성이나 중대한 과실이 없어 아직 감사원 감사도 전혀 받지 않았다”며 “그때 부임한 지 얼마 안 됐고, 연간 2000여건을 결재하다 보니 통상의 직무범위 내에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