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78) 전 대우그룹 회장은 최근 대외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8월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와 함께 회고록 ‘김우중과의 대화’ 출간 행사를 가지면서부터다. 그동안 주로 베트남에 체류하며 몸을 낮추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도피 및 감옥 생활 등으로 점철된 은둔자의 모습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몇 달간 전국 대학을 돌며 강연에 적극 참여해 왔다. 기회가 주어지면 소상공인들 모임에도 강사로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책 출간 행사에서 대우그룹이 외환위기 당시 정부 관료들에 의해 기획해체됐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일으킨 그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 서울대 경제연구소가 ‘대우 흥망과 IMF 주도 개혁의 재조명’을 주제로 한 강연에 참석해 “외환위기 이후 잘못된 구조조정으로 제조업 투자가 위축되고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악순환에 빠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에둘러 꼬집었다. 지난 2일 모교인 연세대 강연에서는 “정부가 외환위기 원인을 기업에 돌리는 등 잘못된 구조조정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일에는 부경대와 부산대에서도 강연했다.
김 전 회장이 대우그룹 기획해체론을 제기하며 목소리를 높이자 외환위기 때 경제팀을 이끌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대우그룹 해체는 김 전 회장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반박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오는 31일 울산에서 중견 건설업체 대창기업이 여는 분양행사에 이례적으로 참석한다. 김 전 회장은 대창기업 이동호 회장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이 회장은 대우자동차판매 사장 출신으로 옛 대우그룹에서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를 했던 최측근이다.
김 전 회장의 대외활동이 잦아지면서 일각에서는 본격적으로 재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우그룹 임직원 모임인 대우인회 관계자는 26일 “경제적 재기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고 본인이 누차 강조했다”며 “최근 활동은 과거 명예회복 차원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김 전 회장은 그간 젊은이들을 향해 세계로 눈을 돌려 신흥시장에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많이 던져 왔다”면서 “예전 대우그룹의 흥망에 대한 일들은 크게 강조하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강연 등을 통한 젊은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과거 대우의 도전정신을 널리 퍼트리는 데 오히려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지난 15일 세계지식포럼에 연사로 나서 “대우의 유전자(DNA)를 갖고 있는 청년 기업가를 배출하는 데 여생을 바치겠다”며 후배 양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동안 베트남에서 글로벌청년사업가(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후진 양성에 힘을 쏟기도 했다. 그는 학생들과 만나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활동으로 대부분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4일 독감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현재는 활동하는 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의 건강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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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27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