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 활동하며 사랑 키워온 뉴욕 에볼라 감염 의사와 약혼녀 아름다운 커플의 ‘시련’

입력 2014-10-27 03:04
미국 뉴욕에까지 에볼라 공포가 닥친 가운데 뉴욕시 당국이 시민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에볼라 감염이 확인돼 맨해튼 밸뷰 병원에서 격리치료 중인 의사 크레이그 스펜서(33)는 발병 사흘째인 25일(현지시간) 상태가 다소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아나 마렌고 뉴욕시 공공의료담당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스펜서에게서 에볼라 증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그의 상태가 조금 나빠지긴 했지만 치료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펜서는 실험 약물인 ‘브린시도포비르’와 에볼라 생존자의 혈청을 투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펜서는 비교적 담담하게 치료를 받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스펜서의 약혼녀인 모건 딕슨(30)은 특별한 이상 증세가 없어 이날 밸뷰 병원에서 퇴원했다. 다만 시 당국의 격리 명령에 따라 다음 달 14일까지 자신의 아파트에만 머무를 예정이다.

스펜서와 딕슨은 평소 ‘구호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든지 달려가는 맹렬 자원봉사자 커플이었다.

이들의 지인들은 “스펜서는 말이 통하지 않는 아프리카 시골에도 기꺼이 가서 아픈 이들을 껴안는 것으로 소통하던 자선적 의사였다”고 울먹였다. 딕슨도 아프리카를 비롯해 남미, 아시아 등지를 돌아다니며 수년간 봉사활동을 해왔다. 두 사람은 2006년 중국에서 구호활동 도중 만나 사랑을 키워왔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약혼자인 스펜서가 에볼라에 감염된 힘든 상황이지만 딕슨은 일부러 농담도 하며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주례연설에서 “텍사스주 댈러스의 간호사 2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치료받은 미국인 7명 모두가 생존했음을 기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에볼라 불안감 차단에 주력했다. 뉴욕주는 딕슨을 필두로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감염·의심 환자와 접촉한 뒤 귀국한 모든 의료진과 여행객에 대한 ‘21일 의무격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은 “서아프리카로 달려가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려는 의료인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저지주와 일리노이주는 의무격리에 가세한 반면 메릴랜드주, 버지니아주는 실시하지 않기로 하는 등 주(州)별로 논쟁도 일고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