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소유로 추정되는 차명재산 추적 작업을 재가동했다. 이번 조사 대상이 된 에이원컨트리클럽(CC) 지분은 2%, 8억원대에 불과하지만 김 전 회장 은닉재산의 ‘꼬리’를 어렵게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김 전 회장이 실소유자임을 입증하고 추징까지 하려면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개정안, 일명 ‘김우중법’은 8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수상쩍은 에이원CC 지분 매각=검찰은 최근 일반 고소사건을 수사하던 중 뜻밖에 김 전 회장 차명재산 관련 진술이 나오자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에 관련 첩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판2부는 ‘변호사 A씨가 매각한 에이원CC 지분 2%는 원래 김우중 재산’이라는 제보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A씨가 2003년 자기 명의로 매입했던 에이원CC 지분을 ㈜아도니스 측에 넘긴 시점을 주목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8년 7월 ‘대우그룹 구명로비 의혹’ 수사 당시 김 전 회장이 빼돌린 회삿돈으로 베스트리드리미티드(옛 대우개발) 주식 776만주(90.4%) 등을 차명 보유한 사실을 밝혀내 해당 주식을 압류하고 김 전 회장을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기소했다. 김 전 회장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2010년 상반기 추징금 확보를 위해 자산관리공사에 의뢰해 베스트리드리미티드 주식을 공매 방식으로 처분하려 했으나 유찰됐다. A씨가 에이원CC 지분 2%를 8억6000만원에 매각한 것은 같은 해 12월이었다. 그전까지 에이원CC 지분은 아도니스와 베스트리드리미티드가 똑같이 49%를 갖고 있었으나 이 거래로 아도니스는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베스트리드리미티드가 추후 제3자에게 인수되더라도 에이원CC 경영권은 김 전 회장 일가 소유의 아도니스 측에 남게 된 셈이다. 검찰이 A씨의 지분 매각을 허위 양도라고 의심하는 이유다. 실제 2012년 8월 공매를 통해 베스트리드리미티드를 인수한 우양수산 측은 올해 들어 최대주주인 아도니스가 경영권을 휘두르면서 에이원CC 측에 200억원대 손실을 끼쳤다며 김 전 회장 부인인 정희자씨 등을 고소했다.
◇추징금 집행률 0.4%, 이번엔 성과 낼까=검찰은 A씨가 에이원CC 지분을 처음 매입할 때의 자금 출처와 매각 대금의 향방을 확인하고 있다. 현행법상 에이원CC 지분 2%의 실소유주가 김 전 회장 본인임을 입증해야 압류 및 추징금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A씨가 해당 주식을 샀던 2003년도의 금융거래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최초 자금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26일 “2010년 거래를 중심으로 주식 매각 대금이 제대로 지불됐는지, 자금이 누구한테 흘러갔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2006년 11월 분식회계와 국외재산도피 혐의 등으로 유죄가 확정된 이후 줄곧 고액 추징금 미납자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른 임원들과 함께 선고된 추징금 23조300억원(본인 17조9253억원) 가운데 지난 7월까지 납부된 금액은 884억여원에 불과하다. 지난 8년간 전체 추징금의 0.4% 정도만 집행된 것이다. 김 전 회장은 2007년 4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심리로 열린 재산명시 재판에서 “전 재산이 19억원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간 검찰이 수사를 통해 김 전 회장의 은닉재산을 찾아내 환수까지 성공한 것은 2008년 대검 중수부 수사 때가 유일하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차명 보유한 베스트리드리미티드 주식과 SK텔레콤 주식(3만2000주) 등을 처분해 881억원가량을 추징했다. 현재는 김 전 회장의 아들 선용씨가 대표로 있는 업체의 고문 자격으로 받는 급여를 압류해 매달 400여만원씩 추징금을 삭감해 가는 실정이다.
◇국회에서 잠자는 ‘김우중법’=검찰은 김우중법이 통과돼야 답보 상태인 추징금 집행 역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법무부는 전두환 전 대통령 차명재산 추적의 근거가 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처럼 일반인의 경우도 가족이나 제3자 명의로 숨겨놓은 범죄수익을 강제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지난 2월 국회에 제출했다. 법이 통과되면 김 전 회장 일가가 대주주인 아도니스골프장과 옥포공영, 베트남 소재 골프장 등의 범죄 연관성 여부에 대한 조사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재계의 반발과 위헌 소지 논란까지 겹치면서 아직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
[단독-김우중 은닉재산 포착] 檢, 6년 만에 차명계좌 추적 재가동
입력 2014-10-27 0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