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나들거나 물건을 넣었다 꺼냈다 하기 위하여 틔워 놓은 곳. 또는 그곳에 달아 놓고 여닫게 만든 시설.”
문(門)에 대한 사전적 표현이다. 문은 공간을 나누거나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장치다. 동시에 문을 통과할 때는 어느 공간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가 되기도 한다. 건축가들에게 문은 좀 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건축물 중 유일하게 사람과 접촉하는 것이 문이다.
아름지기 재단이 다음 달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효자로 아름지기 사옥에서 진행하는 기획전시 ‘소통하는 경계, 문門’은 건축가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문을 이야기한다.
건축가 나은중씨는 “문은 사생활을 보호하고 비·바람을 막는 등 건축의 기본 요소”라며 “나아가 건축을 만날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문인 동시에 문 너머 공간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시작부터 문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깬다. 1층에 들어서면 천장부터 드리워진 하얀 천이 전시장으로 안내하는 문의 역할을 한다.
1층 현대 파트인 ‘건축가의 문’을 시작으로 2층 마당에 만들어진 전통 파트, 같은 층 현대 파트인 ‘제3의 문’ 등 세 개의 섹션을 이동하며 관람객은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문들을 만나볼 수 있다.
‘건축가의 문’에선 한국의 유명 건축가 4팀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재해석한 문을 만날 수 있다. 쌈지길 등을 만든 최문규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얀 문짝, 동그란 철제 손잡이 이면에 반전을 숨겨 놨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문짝은 검정색, 손잡이는 직각의 모양이 됐다. 젊은 건축가로 주목받고 있는 네임리스 건축의 나은중과 유소래는 창호지, 격자 나무살 등 전통적인 문의 형태에서 착안해 반투명 실리콘 문을 만들었다.
건축가 최욱(원오원건축)은 도르래 원리를 이용해 문을 여닫도록 했고 조병수(BCHO아키텍츠)는 나무에 재활용 골강판 등을 붙였다.
2층 마당으로 올라가면 창덕궁과 창경궁의 19세기 초반의 모습을 담은 ‘동궐도’를 바탕으로 재해석한 전통 문을 만날 수 있다.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전문가들이 요즘에는 보기 힘든 이문(높고 낮은 두 문이 나란히 한 쌍을 이루는 문)과 판장(이동식 목재 파티션)을 재현했다.
취병도 현대적으로 만들었다. 취병은 과거 관목류나 덩굴성 식물 등을 심은 뒤 가지를 들어 올려 병풍 모양으로 만든 울타리다.
마당을 지나 건물로 들어가면 ‘제3의 문’을 만날 수 있다. 디자이너들이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문을 제안하고 있다. 공예디자이너 최정유는 핸드페인팅 기법을 적용한 실크로 만든 발 등을 선보였고 산업디자이너 김종환은 조각보 문양을 현관문 방충망에 적용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 등이 자문으로 참여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경계이자 통로 새로운 세계의 門을 열다
입력 2014-10-27 03:21 수정 2014-10-27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