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92공식’ 후 진전… 최근 ‘차이완’이라며 분위기 좋았는데…

입력 2014-10-28 02:05
중국과 대만 즉 양안 관계를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92공식(九二共識·92컨센서스)’이 있다.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가 1992년 11월 홍콩에서 합의한 내용으로 중국에서 주장했던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대만이 받아들이지만 해석은 각자 달리한다는 것이다. 양안의 대립과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 경제 교류를 확대하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92공식 합의를 통해 양안 관계는 진전을 모색하게 된다.

1945년 8월 일본의 항복 이후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과 마오쩌둥(毛澤東)의 공산당은 치열한 국공내전을 벌이면서 양안 관계는 40년 가까운 대립 시기를 지냈다. 49년 장제스가 대만으로 쫓겨간 뒤에도 중국은 대만 영토인 푸젠성 샤먼시 앞바다의 진먼다오에 무려 100만발의 포탄을 퍼부을 정도로 관계는 험악했다. 대만 국민당은 ‘삼민(三民)주의 통일중국’을 내세우며 대륙과의 3불정책(불접촉·불협상·불담판)을 견지했다. 중국도 무력에 의한 대만 통일을 주장했다.

개혁·개방 시기 이후 중국은 대만에 적극적인 평화 공세로 전환했다. 대만도 폐쇄적인 대중국 정책이 한계에 달하자 친척 방문 등 인적 교류를 시작으로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던 민진당 천수이볜 총통의 집권 기간(2000∼2008년) 긴장 국면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국민당의 마잉주 총통이 2008년 5월 취임하면서 ‘차이완’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양안 관계는 급속히 개선됐다. 잠시 중단됐던 해협회와 해기회의 대화도 재개됐다. 중국의 대만 관광이 실현되고 평일 전세기 운항, 해운 직항 개설, 전면적 우편교류 실시 등 전면적 ‘삼통(通商·通航·通信)’ 시대가 개막됐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경제 종속에 대한 우려와 홍콩 시위에서 보여준 중국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대만의 반중(反中) 정서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만은 다음 달 29일에 지방선거와 2016년 총통 선거가 예정돼 있다. 대만 국민의 선택에 따라 양안 관계는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