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美 “北 핵탄두 소형화 성공”… ICBM 탑재 능력은 의문

입력 2014-10-27 03:26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확인돼 북한 핵 위협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하고 이를 미사일에 탑재해 잠재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군 고위 인사가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일부 연구기관이나 핵 전문가들은 이미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주장을 했다. 지난해 2월 미국 핵연구소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공식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했고 이를 중거리 노동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해 2월 12일 실시된 북한의 3차 핵실험도 소형화 능력을 검증하려는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의 발언이 갖는 의미는 이들 연구소의 보고서나 전문가들 발언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미군이 첨단 정보자산을 활용해 북한의 핵·미사일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의 정보판단에서 나온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

2013년 2월 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을 때도 핵탄두 소형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수준인 1t 이하로 소형화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무기화할 수 있을 정도로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110㎏) 러시아(255㎏) 영국(300㎏) 인도(500㎏) 중국(600㎏) 정도에 불과하다.

문제는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는지 여부다. 이 기술마저 확보했다면 북한은 언제든 핵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아직 실험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 기술이 어느 정도 효과적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핵탄두를 소형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과 그것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해 발사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미사일에 핵을 탑재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북한이 조만간 핵탄두 소형화에 이어 미사일 장착 기술까지 확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이동식발사대(TEL)에서 핵을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면 우리 군이 구축하고 있는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로 이를 무력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난 23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이 핵·화생탄두를 포함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동맹의 포괄적 미사일 대응작전의 개념과 원칙’을 정립키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