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고객 마음을 훔쳐라”… 감성 마케팅 경쟁

입력 2014-10-27 03:17
한국도요타자동차가 지난 23일 서울 올림픽로 롯데월드몰 엔터테인먼트동 1층에 문을 연 브랜드 체험 공간 ‘커넥트 투’의 모습. 자동차를 직접 홍보하는 대신 휴식과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 고객 감성에 호소한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한국도요타 제공

지난 23일 서울 올림픽로 롯데월드몰 엔터테인먼트동 1층에 독특한 공간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천장과 바닥을 잇는 네 개의 거대한 기둥이 빛을 발산하며 조명 역할을 했다. 마치 나무처럼 서 있는 기둥 사이로 다양한 모양의 의자 140여개가 듬성듬성 흩어져 있었다. 한편에는 고급 자동차 렉서스 3대가 전시됐고 다른 한쪽에는 커피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판매했다.

이곳은 한국도요타자동차가 2년 동안 준비한 렉서스의 브랜드 체험 공간 ‘커넥트 투(CONNECT TO)’다. 면적 876㎡(약 265평) 규모로 몰 출입문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브랜드 체험 공간을 표방하지만 사실상 고객에게 제공하는 휴식과 소통의 공간이다. 누구나 들어가 앉아 쉬거나 대화를 하거나 책을 볼 수 있다.

렉서스를 직접적으로 알리는 로고나 광고는 없다.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은 전시된 차를 통해서만 차 회사와 관련 있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드러내지 않고 은연중에 브랜드와 친숙하게 만들겠다는 게 한국도요타의 전략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26일 “‘커넥트 투’(연결한다)에는 사람과 자동차, 기업, 사회가 소통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면서 “차에 관심이 없어도 매력적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에 브랜드 체험 공간을 잇따라 열고 있다. 차 구매 시 유난히 브랜드를 따지는 한국인을 공략하기 위한 ‘감성 호소’ 전략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세계 그 어느 곳보다 차 브랜드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어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판매도 늘어난다는 게 업체들의 판단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21∼26일 서울 강남구 세로수길에 브랜드 체험 공간 ‘메르세데스 미’를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최근 20, 30대 사이에 명소로 부상한 장소다. 벤츠코리아는 입장하는 사람에게 음료·스낵 무료 이용권을 나눠주고 빵·커피 만들기 강좌, 음악공연, 마술쇼 등 프로그램을 진행해 젊은층을 끌어들였다. 차는 소형차 4종만 전시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젊은층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기존 전시장이 아닌 곳에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BMW코리아도 지난 8월 영종도에 문을 연 드라이빙센터에서 어린이 자동차 과학교실, 친환경차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개장 한 달 만에 방문객이 1만명을 넘었다.

국내 업체도 이에 질세라 브랜드 친밀감을 높이는 감성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언주로에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열었다. 자동차뿐 아니라 국내외 아티스트의 예술 작품을 전시해 방문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24일엔 이곳에서 제네시스를 개발한 연구원과 고객과의 만남 행사를 여는 등 소통 장소로도 이용 중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