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이 선체 인양을 검토하면서 인양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준비작업에만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실종자 수색을 위한 것인지, 선체 인양을 위한 것인지 목적을 분명히 하고 구체적인 세월호 인양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전남 진도군 부근 해역인 맹골수도는 물살이 심하고 조석간만의 차가 크다. 인양 시 단순한 조선 공학적 측면보다는 해양학적 측면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 수심 44.5∼47.5m 지점에 완전히 가라앉은 상태다. 왼쪽으로 90도 가까이 기울어 우현이 해수면을 바라보고 있다. 1700회가 넘게 잠수부가 투입됐지만 좌현 선미 부분 선실(SP1)에 들어가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SP1은 길이 17m, 폭 5.4m 규모로, 배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우현의 각종 집기들이 쏟아져 장애물을 이룬 데다 압력으로 상당 부분 찌그러진 상태다.
이미 선체 상당 부분이 바닷물에 부식됐고, 선내엔 조류에 휩쓸려 들어온 자갈과 진흙이 잔뜩 쌓여 있다. 인양이 지체될수록 부식 정도와 선체 무게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선체 인양 시기가 빠를수록 좋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인양 목적에 따라 인양 방식과 기간, 비용이 달라질 전망이다. 첫 번째 쟁점은 선체 분해 여부다. 세월호는 선체 무게만 7000t에 달한다. 인양 작업에 한 달이 소요된 천안함(1200t)보다 5배 이상 무겁고 침몰 수심 또한 47m로 천안함(25m)의 배에 가깝다. 이를 통째로 인양하기 위해선 대형 크레인으로 수심 10∼15m까지 들어올린 뒤 ‘플로팅 독(Floating Dock)’ 위에 실어 끌어올려야 한다. 플로팅 독은 육지에서 건조한 선박을 바다로 옮기는 장비로, 수면 아래로 내리면 가라앉은 배를 띄울 수 있다. 2012년 좌초된 이탈리아 유람선 코스타콩코디아호 인양에 사용됐다. 이 경우 선내의 진흙이 제거되고 잠수부도 수심 10m 정도만 잠수하면 돼 수색이 훨씬 용이해진다.
그러나 물살이 센 맹골수도 특성상 작업이 어렵고 사고 위험이 높다. 선체를 끌어올리기 위해 와이어를 대거 설치해야 하는데 선체 훼손 가능성도 크다. 누운 선체를 똑바로 세우는 ‘업라이트(upright)’ 작업 시행 여부도 논란이다. 배를 세워서 끌어올리면 선체 다른 부분보다 좁고 단단한 선저에 체인을 걸기 때문에 작업이 수월하다. 하지만 배를 똑바로 세운 뒤가 문제다. 조류가 강한 해역 특성상 다시 전복될 우려가 있다. 구난·인양업체 코리아쌀베지 류찬열 대표는 26일 “배를 세우면 해저에 닿는 부분 폭이 15m에 불과하지만 누워 있으면 35m 정도”라며 “차라리 옆으로 누운 채로 끌어올리는 편이 안정적일 듯하다”고 말했다.
선체를 분해해 인양할 경우에는 작업 속도가 빠르다. 절단한 선체를 고무풍선 같은 리프트백을 매달아 끌어올리거나 각각 플로팅 독을 투입해 인양하는 방법이다. 두 동강 났던 천안함도 분해된 뒤 인양됐다. 인천재능대 유통물류학과 박창호 교수는 “맹골수도 특성상 통째로 인양하면 작업이 어렵고 사고 위험도 높다”고 말했다. 다만 선체 절단 시 실종자 시신이 유실되거나 선체에서 기름이 새어나와 인근 해역을 오염시킬 수 있다.
본격적인 인양은 이르면 내년 봄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겨울이 코앞인 데다 업체 선정 기준과 해외 업체 참여 여부 등 행정적 절차도 진행돼야 한다. 한국해양대 항해시스템공학부 공길영 교수는 “이미 수온이 크게 떨어진 상태여서 잠수사들이 작업하려면 내년 3월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업 기간은 최소 3∼4개월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날씨가 항상 최상일 경우를 가정한 수치로, 1년 넘게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비용은 작업 방식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콩코디아호의 인양에는 1년간 1조5000억원의 비용이 필요했다. 서울대 이규열 조선해양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사고”라며 “인양 기간과 비용과 관련해선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수습되지 못한 실종자는 10명이다. 류 대표는 “인양을 하면 시야가 제한된 바닷속에서 숨바꼭질하듯 수색하는 것보다는 실종자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며 “격벽이 많은 선내에 실종자 대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조류에 휩쓸려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황인호 백상진 기자 jse130801@kmib.co.kr
[기획] 세월호 참사 6개월… 허송세월 땐 상황 더 악화, “인양하려면 서둘러야”
입력 2014-10-27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