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40일의 입법예고 기간은 2011년 11월 국회가 진통 끝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통과시킬 때 마련된 것이다. 그 전까지는 20일에 불과했던 이 기간을 늘린 것은 갈등이 첨예하고 중요한 사안을 입법할 때 신중하게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국내 입법예고 제도는 아직 이 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입법예고 기간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것은 물론 시스템이 통일돼 있지 않아 국민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입법예고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하고 중요 법률에 대해서는 예고 기간을 연장토록 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법제처가 지난해 12월 한국입법학회에 연구를 의뢰해 발간한 ‘입법예고 제도의 운영실태 및 실효성 제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입법예고는 법안 발의 주체 등에 따라 각 정부부처, 법제처, 국회 등으로 분산돼 있다. 이용하는 국민 입장에서도 혼란이 불가피하고, 이견이 있을 경우 이를 반영할 주체도 불분명해진다. 보고서는 정부 발의 법안도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현재 국회가 운영하는 ‘국회 입법예고 시스템’을 각 부처와 법제처 등의 입법예고 시스템과 통합해 통합 ‘국가 입법예고 시스템’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또 국민들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의사를 적극 입법에 반영하기 위해 이용자가 많고 접근성이 높은 SNS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SNS를 활용하면 정보 전달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국민들의 의견 제시도 활발히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40일로 늘어난 입법예고 기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스위스와 미국의 경우 입법예고 기간 자체도 각각 90일, 60일로 우리나라보다 길지만 중요 법률의 경우 입법예고 기간을 더 늘리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입법예고에 관한 법률을 단독 법률로 제정해 입법예고 대상을 차별화하고, 그에 따라 기간도 차별화하는 등 내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입법예고를 임의적으로 생략하거나 단축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유명무실한 입법예고] 민감하고 중요한 법안 예고 기간 늘려야
입력 2014-10-27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