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가 카드 복합할부를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국민카드에 대해 ‘봉이 김선달식’ 영업을 하고 있다며 비난했고, 카드업계는 현대차가 계열사인 현대카드·캐피탈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타사를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가맹 계약 종료를 5일 앞둔 26일 현재 양사는 카드 복합할부 수수료율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행 1.85% 수수료율이 과도하니 0.7%로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복합할부금융은 소비자가 자동차 대리점에서 신용카드로 대금을 결제하면 결제액을 할부금융사가 대신 갚아주고 고객은 할부금융사에 매달 할부금을 납입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할부금융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자동차를 구매하면 될 일에 괜히 카드사가 끼어들어 수수료만 챙기고 있다는 게 현대차의 주장이다. 결국 카드사의 몫으로 돌아가는 수수료 때문에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만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2010년 164억원이던 복합할부 수수료는 지난해 872억원으로 늘었고 내년엔 1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현대차의 수수료 인하 요구를 ‘몽니’로 치부하고 있다. 현대차가 계열사인 현대카드·캐피탈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다른 카드사들을 배제할 의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수수료 인하보다는 계약 해지에 더 중점을 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런 탓에 국민카드는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도 불사하겠다며 강수를 꺼내들었다.
현대카드는 올해 초 그룹 측의 결정으로 복합할부 상품 취급을 중단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시장의 41%를 점유하는 부동의 1위였다. 할부금융 쪽에서는 현대캐피탈이 현대차 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업계는 복합할부 상품을 폐지해 달라고 당국에 요청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현대차의 수수료 인하 공세에 “금융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대응 논리가 마땅찮다. 일반 신용카드 할부에 카드사들이 최장 45일 동안 고객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데 따른 자금이 들어가는 반면 복합할부 상품은 실질적으로 하루분의 비용만 소요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은행권의 자동차 대출 문턱을 낮추는 것이 먼저라는 해법을 내놓는다. 시중은행들은 복합할부보다 1% 포인트 정도 낮은 금리의 자동차 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신용등급 6등급 이상이 요구되며 제출 서류가 많고 고객이 직접 은행 점포를 방문해야 하는 등 제약 조건이 많다.
선정수 박은애 기자 jsun@kmib.co.kr
[기획] “봉이 김선달”vs“일감 몰아주기”… 복합할부 대립 현대차·KB카드 기싸움
입력 2014-10-27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