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살해한 이란 여성 끝내 사형… 국제사회 탄원에도 교수형 집행

입력 2014-10-27 02:02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을 살해한 20대 이란 여성이 국제사회의 탄원에도 불구하고 사형됐다.

영국 BBC 등 주요 외신들은 25일(현지시간) 이란 사법 당국이 살인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레이하네 자바리(26)에 대한 교수형을 이날 새벽 집행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자바리는 아직 10대였던 2007년 이란 정보기관 요원 출신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자바리는 이 남성이 취업을 미끼로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가 사건 이틀 전 흉기를 준비했고 친구에게 이 남성을 죽일 것이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냈다며 계획 살인으로 판단, 2009년 사형을 선고했다.

국제앰네스티(AI) 등 국제 인권단체들은 ‘자바리를 구하자’며 사형집행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이란 내부에서도 지나친 판결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됐다. 부담을 느낀 사법 당국이 지난 9월 30일로 예정됐던 사형 집행을 연기하면서 희망적인 전망을 낳기도 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AI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형은 이란의 인권 역사에 핏자국이나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재판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란 내 인권 운동가들과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이란 정부가 자바리를 살해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란 전문 독립매체 이란와이어는 이란 여성을 대상으로 벌어진 연쇄 ‘강산(酸) 테러’를 규탄하는 집회를 찍은 사진을 판매한 사진기자가 체포됐다고 2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반관영 ISNA통신 소속 사진기자 아랴 자파리는 ISNA통신과 AFP통신에 사진을 넘긴 다음날인 23일 이란 정보·군조직인 혁명수비대에 의해 체포됐다.

최근 이란 남부 이스파한에서는 여성을 겨냥해 얼굴에 강산을 뿌리고 달아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히잡(이슬람권 여성이 머리카락을 가리려고 쓰는 스카프)을 제대로 쓰지 않은 여성을 노린 극단적 이슬람주의 범죄라는 규탄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수강경파에서는 반정부 세력이 사회불안 조장을 위해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정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