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중산층의 회생신청이 급격히 늘었다. 2012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개인회생 사건은 지난해 10만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정폭력 등에 따른 가정보호사건 접수건수도 배가량 증가했다.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개인회생 급증=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1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파산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10만5885건으로 26일 집계됐다. 이 중 88%가 법원에서 인용돼 개인회생 개시결정을 받았다. 2010년까지 5만건 안팎을 유지하던 개인회생 접수건수는 2011년 6만5171건, 2012년 9만368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개인회생 제도는 개인이 벌어들이는 소득에서 법원이 정해주는 가구별 생계비와 세금 등을 제하고 남은 돈을 모두 빚 갚는 데 쓰도록 강제한다. 최장 5년 동안 법원이 정한 금액만큼의 빚을 갚으면 남은 빚은 면제된다. 때문에 주로 소득이 일정하지만 채무를 감당하기는 힘든 중산층이 회생제도를 이용한다. 법원 관계자는 “2008∼2009년 금융위기 사태 이후 증가하기 시작한 가계부채가 개인회생 접수건수의 한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개인들이 회생신청으로 몰리면서 파산신청은 5만6983건으로 전년(6만1508건)에 비해 7.4% 줄었다. 법인파산건수는 지난해 461건이 접수돼 2009년 226건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
◇가정폭력 등 가정보호사건 급증=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가정보호사건은 6468건으로 전년도(3801건)보다 70.2% 늘었다. 가정보호사건은 가정폭력범죄 중 형사법정에 회부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지만 일정 수준의 공권력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을 뜻한다. 법원은 지난해 3749건에 대해 보호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 중 상담위탁 처분이 20.7%로 가장 많았고, 사회봉사·수강명령과 보호관찰 처분이 각각 11.7%로 뒤를 이었다. 접근행위제한 처분은 94건으로 전체 1.6%를 차지했다.
지난해 접수된 가정보호사건 중 대부분은 상해·폭행 사건(84.4%)인 것으로 조사됐다. 협박이 7.4%, 재물손괴가 6.6%로 뒤를 이었으며, 유기·학대·아동혹사도 3건 있었다. 가정폭력 행위자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40대가 전체의 38.9%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50대는 30.6%, 30대는 17.8%로 집계됐다. 가정폭력의 주원인은 ‘현실불만’(24.5%)이었고, ‘우발적 분노’와 ‘부당한 대우·학대’가 각각 21.4%와 17.0%를 차지했다.
정현수 기자
가계부채 덫에… 개인회생 신청 10만건 돌파
입력 2014-10-27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