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대한민국은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섰다. 고속성장의 든든한 엔진이었던 제조업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국가 이미지나 브랜드 가치, 교역 규모 등은 선두권에서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압축 성장의 부작용이 여전히 우리 발목을 잡는다. 삶의 질과 연결되는 노동·사회 분야는 선진국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은 26일 각종 수치로 비교해본 ‘세계 속의 대한민국’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제무역연구원은 매년 170여개에 이르는 경제·무역·사회지표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세계 순위를 정리해 발간하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은 예상대로 압도적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휴대전화 출하량 1위(삼성 기준), 반도체 매출액 2위(삼성 기준), 선박 건조·수주량 2위에 올랐다. 자동차 생산대수는 5위, 조강 생산량은 6위다. 지난해 수출액은 7위, 무역 규모는 9위다.
미국의 격주간 경제종합지인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는 우리 기업 17개가 이름을 올렸다. 국가 순위로 7위다. 1∼3위는 미국 중국 일본 순이다. 글로벌 브랜드 가치에서는 삼성이 지난해보다 1계단 오른 8위, 현대는 10계단 상승한 43위를 기록했다. 1위는 애플이다.
하지만 빛이 강렬한 만큼 어둠도 짙다. 지난해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163시간으로 세계 2위다. 아직도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라는 한계를 돌파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2000∼2007년 연간 노동시간으로 부동의 1위였다. 2008년부터 멕시코(지난해 2237시간)가 가장 길게 일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0.2%(2012년 기준)로 25위에 불과하고, 출산율(2010년 기준 1.23명)은 171개국 가운데 168위에 그쳤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IMD)이 평가한 ‘삶의 질’에선 올해 4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7계단이나 내려앉았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제조업 세계 선두인 한국, ‘삶의 질’은 중진국 수준
입력 2014-10-27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