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통만 치는 부실국감 2015년에도 봐야 하나

입력 2014-10-27 02:50
2014년도 국회 국정감사가 27일 마무리된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국감은 사상 최대 규모인 672곳의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돼 왔다. 이번 국감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 등으로 다섯 달 이상 국회 공전 사태를 빚다 가까스로 마련된 것이라 당초 기대가 크지 않았다. 예상대로 여야 의원들의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고, 국민은 과거와 같은 구태가 반복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일부 성과가 없지는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수박 겉핥기식 국감이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여야 모두 정책국감을 내세웠지만 ‘맹탕국감’ ‘호통국감’이라는 냉소적 평가만 나왔다. 국정 전반에 관한 잘잘못을 따지고 대안을 모색해야 함에도 당리당략에 따른 정쟁이 되풀이됐다. 연례 행사처럼 구태도 여전했다. 대상 기관을 상대로 한 호통치기, 재탕 삼탕 질문, 무차별적 폭로와 무조건 감싸기, 막말과 모욕 등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환경노동위원회 등 몇몇 상임위에서는 국감 초반 파행도 빚어졌다.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들에 대한 야당의 마구잡이식 증인 채택 문제로 여야가 충돌한 탓이다. 국방위에선 여당 의원들의 야당 의원 폄하 문제가 돌출돼 한바탕 난리가 났다. 정무위에서는 일부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은행감독원’이라고 부르는 등 전문성 부족을 드러내기도 했다.

피감기관들의 불성실 답변도 고질적 문제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수색 및 구조 활동 적정성 감사와 관련해 감사원과 국방부가 ‘실지(實地)감사’를 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가 거짓으로 드러났고,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에 관해 허위 보고를 하다 들통이 났다. 피감기관장들의 일부 몰상식적 행태도 가관이었다. 국감에 출석하기로 했다가 돌연 해외로 나가버린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구두 업무보고를 고집하며 안하무인 태도를 보인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입법부는 물론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그럼에도 여야 원내 지도부는 각자 생산성 있는 국감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조용하고 내실 있는 국감을 진행해 성과를 거뒀다”(새누리당) “정부의 실정을 파헤치고 정권을 견제하는 야당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새정치민주연합)는 자평은 낯 뜨겁기까지 하다. 늘 그러했지만 올해도 국민 사이에선 국감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만 모르고 있는 것일까.

어쨌든 국감 일정이 종료되면 상임위별로 내년도 예산안과 법안 심사가 시작된다. 진짜 민생 문제가 다뤄지는 것이다. 쟁점 법안인 세월호 3법, 경제 활성화 관련법,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 법안은 국민안전 및 경제 살리기 등과 직결되는 만큼 여야가 협상과 타협을 통해 조기에 통과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올해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안이 11월 중 심의를 마치지 못하더라도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첫 해인 점을 유념해 법정 시한(12월 2일) 안에 합의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