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환자들에게 악플 다는 그대 당신이야말로 사회의 암덩이

입력 2014-10-27 02:14

[친절한 쿡기자] 귀를 의심케 하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마왕’이라 불리는 사나이, 가수 신해철(46)이 갑자기 심장이 멈춰 심폐소생술을 받았다는 겁니다.

갑작스런 소식에 인터넷은 술렁였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였기에 놀라움은 더했습니다. 며칠 전 장협착 수술을 받았다가 퇴원했다는 얘기만 전해졌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은 채 추측만 난무했지요. 사람들이 우왕좌왕할 때 어김없이 ‘찌라시’가 등장했습니다.

“다이어트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신해철이 살을 빼기 위해 위절제 수술을 받았는데 밴드 수술 부위에 괴사가 발생해 심정지로 이어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출처도 근거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상세했습니다. 사실 여부를 따져볼 겨를도 없이 메시지는 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찌라시를 믿는 사람들은 늘어만 갔습니다. 오고가는 말들 속에 “신해철이 다이어트하려다 그렇게 됐다더라”하는 얘기는 어느새 사실로 굳어졌습니다. 보다 못한 소속사 KCA 엔터테인먼트 측은 장협착 수술을 받은 지난 17일 이후의 경과를 시간 순으로 정리해 공개하기까지 했습니다.

소속사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출연한 적도 없다”며 “5∼6년 전 위밴드 수술을 받았으나 수년 전 일이기 때문에 이번 일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한 사람이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자제하기 부탁한다”고 호소했지요. 심각한 명예훼손이 우려되는 보도나 루머에 대해선 강도 높은 대응을 하겠다는 경고도 덧붙였습니다.

신해철은 병실에 누워있습니다.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지요. 소속사의 말처럼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그런 와중에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유명인의 비애쯤으로 그냥 덮어둬야 하는 걸까요.

소설가 이외수(68)도 힘든 일을 겪고 있습니다. 위암 2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트위터를 통해 투병 사실을 알렸더니 “아픈데도 트윗질이라니 관심병이냐”는 비수가 날아왔습니다. 그는 “아플 때 건드리면 나도 화 낸다”며 악플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병마와 싸우기도 벅찬 상황에 무거운 짐이 하나 더해졌습니다.

유명인들이 찌라시와 악플에 고통 받는 일은 처음이 아닙니다. 최진실 등 인기 연예인들이 증권가 뜬소문에서 비롯된 루머에 괴로워하다 생을 마감한 일도 있었습니다. 널리 알려진 이름이라고 그 가치가 가벼워지는 건 아닙니다. 지금 우리는 잠깐의 흥미를 쫓고 있진 않은지요. 어느 순간에도 인간의 도리를 잊진 말아야겠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