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전단 문제에 엉거주춤한 정부 볼썽사납다

입력 2014-10-27 02:30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보면 한심하다. 더욱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인식은 과연 통일 문제를 전담하는 부처의 수장이 맞나 싶다. 오죽하면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 대북전단에 관한 그의 두루뭉술한 답변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질타했겠는가. 류 장관은 “전단 살포는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가 의원들의 추궁이 계속되자 “(전단 살포는) 법적 차원보다는 남북관계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말을 돌렸다.

대북전단 살포는 진보세력은 물론 여야 정치권도 모두 반대하고 있다.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과시하려는 주관 단체나 일부 맹목적 반북 극보수 단체들의 일탈로 인해 다수의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전단 살포의 목적이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외부 소식을 받아들여 김정은 정권에 대한 반감을 갖도록 하는 등 의식의 변화를 초래하는 데 있다고 하나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는지 확인된 바 없다. 반면 전단 살포로 인한 후폭풍은 심각하다. 무엇보다 지난 10일 남북 간에 벌어진 총격 사태가 재발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경기도 파주·연천 지역 주민들의 처지는 더욱 절박하다. 언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보내고 있다. 더욱이 북은 전단 살포를 전쟁 선포로 간주, 앞으로는 ‘기구 소멸’이 아니라 ‘원점 소멸’을 하겠다고 하니 심각한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헌법 운운하고 실정법상 불법이 아니라며 전단 살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이는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헌법에는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평화적 통일의 사명도 담겨 있을 뿐 아니라 비행금지구역인 파주에서 전단과 달러를 대형 풍선으로 보내는 것은 남북교류협력법과 외환관리법, 항공법 위반 소지가 높다. 한마디로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제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는 30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기대하면서도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북이 내세운 전단 살포 중지를 묵살하는 정부의 이중적 잣대를 수용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