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큰 억새밭으로 유명한 ‘영남알프스’의 억새군락지가 1960년대에 비해 90% 이상 소멸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 천이(遷移)로 활엽수·침엽수 등 목본식물이 억새군락지를 침범한 데다 등산객의 무분별한 출입, 데크 등 인공 조형물의 설치가 훼손을 가속화한 원인이다.
울산시는 최근 열린 ‘억새 복원을 위한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26일 밝혔다. 울산시는 영남알스프 권역을 영남내륙권의 산악관광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예산 21억원을 들여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복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용역팀이 1968년과 2011년의 항공사진을 정밀 분석한 결과 훼손 상태가 매우 심각했다. 영남알프스 9봉우리 중 하나인 신불산 신불재 억새군락지는 1968년 157만4000㎡였다. 하지만 2011년 13만5000㎡밖에 남지 않았다. 간월산 간월재 억새군락지는 68년 343만1000㎡였지만 2011년 16만4000㎡만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축산 단조성터와 천황산 사자평원에는 68년 230만4000㎡와 356만4000㎡가 분포했지만 2011년에는 각각 33만9000㎡와 21만1000㎡로 줄어들었다.
억새군락지의 급속한 소멸은 잣나무와 활엽수의 침범과 등산객 증가, 인공조형물 설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68년 104만5000㎡이던 고헌산 억새군락지의 경우 임도가 설치되면서 2011년 모두 사라졌다. 영남알프스에 조성된 4개 구간 24.9㎞의 ‘하늘억새길’은 비교적 넓게 억새가 분포하고 있지만 대부분 44년 전보다 90%이상 훼손된 상태다.
용역을 진행 중인 숲산사산림기술사무소 관계자는 “억새군락의 쇠퇴가 지금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남은 억새군락지에 대해서는 억새 태우기와 관목·교목류 제거, 복원사업을 병행해 넓히고 탐방객 제한이나 억새 모니터링 등으로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역 중간보고회와 함께 울산시에서 열린 전문가 회의에서도 ‘억새보전지역’을 지정하고 핵심보전·확산관리·자연천이구역 등으로 구분해 집중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영남 알프스’ 억새군락지 40년 만에 90% 소멸
입력 2014-10-27 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