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CEO의 서재] “볼수록 진한 교훈 변화와 혁신 고전에서 배운다”

입력 2014-10-27 02:00
박인규 대구은행장

경영역사학자이자 작가인 모겐 위첼(Morgen Witzel)은 그의 저서 ‘경영과 역사’(원제 Builders & Dreamers)에서 ‘은행업은 기업을 떠받치는 힘’이라고 말한다. 기업을 비롯한 역사 속의 수많은 사건들이 돈에 좌우됐다고 말하는 것인데, 프랑스 군대에 재정을 지원한 은행가 자크 쾨르의 후원이 없었다면 잔 다르크는 영국군을 프랑스에서 몰아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은행업과 전쟁, 자본과 역사를 흥미롭게 엮는다.

경영과 역사를 엮는 흥미로운 주제는 나아가 인문학과 금융, 고전과 현재를 아우르는 자유로운 지적 사색으로 날 이끈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작품이라는 원뜻에 걸맞게 ‘고전은 고전일 수밖에 없는’ 묵직한 힘이 있다. ‘성장소설의 고전’이라 일컫는 ‘데미안’이 내게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샘솟는 경영과 리더십의 고전이 됐다.

‘데미안’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9년에 출판됐다. 이 책의 첫 구절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라는 성찰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젊은이들이 고민하는 것이다. 35년 전 입행해 CEO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나 역시 평생을 내 속에서 솟아 나오는 무언가를 실행하려 노력해 왔다. 열 살의 싱클레어와 같은 고민을 하며 현재를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고전의 힘 아닐까?

고전은 또한 펼쳐볼 때마다 다른 교훈을 준다. CEO 자리에 올라 펼친 ‘데미안’에서 ‘부하를 이끄는 상사의 힘’에 대한 구절이 번뜩 눈에 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는 저 유명한 구절에서 진지한 자아 고민을 거쳐 더 넓은 세계로 나오려는 직원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박인규 대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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