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감염 환자 도심 돌아다녀… 질겁한 뉴욕

입력 2014-10-25 02:00
미국 뉴욕에서 23일(현지시간) 첫 에볼라 감염 환자가 확인되면서 뉴요커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크레이그 스펜서(33)가 약혼녀를 비롯해 3명의 친구와 가깝게 지낸 것은 물론 당초 알려진 것보다 그가 머물렀던 공공장소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추가 감염자 발생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스펜서가 입원하기 전 48시간 동안의 동선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는 이 시간 맨해튼 남서쪽의 첼시 지역 인근 공원 등을 거치며 4.8㎞를 조깅했으며 주변 레스토랑도 들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입원 전날에는 맨해튼에서 브루클린까지 지하철을 타고 볼링장에 갔으며 돌아올 때는 택시를 이용했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뉴욕 여행 주의보’가 확산되는 등 민심이 동요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외출하지 않은 사람은 전혀 감염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가 없다”며 “스펜서를 비롯해 접촉자들은 완벽하게 격리돼 치료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시 당국은 스펜서의 신용카드와 교통카드로 그의 동선을 추적하며 추가 접촉자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당국은 스펜서가 지난 17일 입국한 것으로 확인했지만 입원 전날부터 증상이 점증했을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스펜서는 23일에야 당국에 구체적인 증상과 에볼라 의료봉사 활동 사실을 신고했다. 신고 직후 당국이 자택으로 배달한 보호장구를 착용했고, 경찰차의 호위를 받은 앰뷸런스로 병원에 이송된 뒤 격리 조치됐다.

뉴욕타임스는 “스펜서가 당국자와의 대화에서 ‘증상을 발견한 이후 접촉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스펜서의 직장인 뉴욕장로교병원 응급센터는 그가 기니에 다녀온 이후 치료한 환자는 없다고 발표했다. 그가 일한 ‘국경없는 의사회’도 “회원들은 증상을 발견하면 신고한다는 서약을 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 그는 에볼라를 치료한 의사들을 위한 매뉴얼에 따라 스스로 매일 2회 체온을 재왔으며, 고열이 확인되자 스스로 응급차를 불렀다.

‘에볼라 공포’가 미 전역으로 퍼질 기미가 보이자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AP통신은 “에볼라 자체보다 불안증 전염 위험이 더 크다”며 “미국에서 발병한 에볼라 환자는 킴 카다시안과 결혼한 미국인 숫자보다도 적다”고 꼬집었다. 3번 결혼한 유명 여배우를 빗대 과한 불안감을 꼬집은 것이다. 네 번째 발병자가 나왔지만 기니에서 감염된 것이고, 텍사스 댈러스에서 발병한 3명 중 1명도 라이베리아인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감염자는 2명뿐이다.

이런 가운데 서아프리카 말리에서도 2세 여아가 에볼라 확진 환자로 처음 확인됐다. 말리는 스펜서가 의료 봉사를 다녀온 기니와 국경을 접한 나라다. 당국은 모녀와 접촉한 43명의 상태를 감시하고 있으며 이들 중 10명은 소아과 진료소에서 아기를 다뤘던 사람 등 보건인력이라고 덧붙였다.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