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직장인 A씨는 갓 출산한 부인을 돕기 위해 육아휴직을 했다. 1년간 육아휴직급여로 받은 건 고작 687만원. 분유와 기저귀 값 대기도 빠듯해 49일간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그에게 육아휴직 규정 위반이라며 휴직급여의 대부분을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육아휴직 중에 육아 말고 ‘취업’을 했다는 이유였다. A씨는 판결이 부당하다며 처분취소 소송을 냈지만 지난 8월 결국 패소했다.
A씨 사례는 우리나라 육아휴직제도의 허점을 보여준다.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는 자녀 1명당 1년까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육아휴직급여는 통상임금의 40%에 그치고 최대 1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연금과 세금 등을 공제하기에 실수령액은 더 적다. 그것도 15%는 직장에 복귀한 뒤 6개월이 지나야 받게 된다.
지난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6만9616명 중 남성이 3.3%(2293명)뿐인 이유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스웨덴은 육아휴직 때 소득의 80% 정도를 지원하고 독일도 2007년부터 종전 임금의 67%를 주고 있다. 노르웨이에선 종전 소득의 100%를 받으면서 육아휴직을 47주 쓰거나 80%를 받으면서 57주 쓰는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아빠를 배려하는 제도 덕에 노르웨이 남성의 육아휴직률은 80%에 이른다. 스웨덴도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44%다.
‘남자가 무슨 육아냐’는 사회 분위기도 여전하다. 한국노총이 지난해 남성 조합원 283명을 조사한 결과 58%가 ‘회사와 상급자, 동료에게 눈치가 보여서’ 육아휴직을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다문화센터장은 “터무니없이 낮은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을 현실에 맞게 올리고 정부가 적극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웨덴 정부는 1974년부터 ‘대디 컴 홈’(Daddy Come Home·아빠 집에 오다)이란 스티커를 제작·배포하고 공영방송에서도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홍 센터장은 “남녀가 함께 쓸 수 있는 부모휴가 중 일정기간을 아버지에게 할당하는 ‘남성 할당제’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분유·기저귀 값 대기 빠듯한 육아휴직급여
입력 2014-10-27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