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총격 사건을 수사 중인 캐나다 경찰은 사건 하루 만인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을 마이클 제하프-비보(32)의 단독 범행이라고 밝혔다. 여권 발급이 늦어진 게 범행 동기 중 하나였다고 잠정 결론내렸다. 하지만 또 다른 테러와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어 대(對)테러 강화 조치에 착수했다.
캐나다 경찰은 당초 최대 3명의 공범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전날 저녁까지 의사당과 주변 건물을 폐쇄하고 공범 수색을 벌였다. 그러나 공범에 대한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사건 이틀 전 퀘벡의 한 주차장에서 발생한 군인 대상 자동차 테러와도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제하프-비보는 최근 여권 신청과 발급을 위해 지난 2일부터 오타와에 머물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제하프-비보가 시리아로 가려고 했던 것 같다”며 여권 발급이 늦어진 게 범행 동기의 일부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세력에 가담하기 위해 해외로 건너가고자 하는 캐나다 청년들이 늘어나 골머리를 앓아온 캐나다로서는 이번 사건을 통해 자국 내 이슬람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의 위험성을 절감한 셈이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현재 130명 이상의 캐나다 출신 지하디스트가 해외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해외에 나갔다 귀국했거나 나갈 가능성이 있는 극단주의자 90여명도 감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의 감시 명단에 제하프-비보가 누락돼 있었던 데서 보듯 캐나다의 대테러망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CNN 방송은 제하프-비보가 급진적 이슬람 교리를 공유하는 캐나다 내 지하디스트와 연계돼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비해 테러 위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자부해 온 캐나다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각심을 한껏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오타와 고등법원이 해외 테러조직 활동에 가담해 국내 테러를 계획한 혐의로 기소된 마스바후딘 아메드(30)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아메드는 2010년 자택과 전화, 컴퓨터 등을 감청하는 극비 조사를 벌인 연방경찰에 의해 동료 2명과 함께 검거됐다. 재판에서 아메드는 자신이 폭발물 재료를 폐기하고 테러 계획을 저지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가 ‘열성 지하디스트’이며 테러 목적으로 폭발물을 소지한 게 확실하다고 밝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캐나다 의사당 총격 단독범행 결론
입력 2014-10-25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