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너란 놈은?… 흡연자 절반 암 진단 후도 피워

입력 2014-10-27 02:38
박현아 교수
담배는 강력한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건강한 사람도 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금연이 필수다. 그런데 흡연자 중 절반 이상이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흡연을 계속 한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제의대 서울백병원은 가정의학과 박현아(사진) 교수팀이 2007∼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암 환자 6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흡연자 중 53%가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담배를 끊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의 하루 평균 흡연 양은 14.5 개비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암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담배를 끊을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즉 흡연자 중 1개월 내 금연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22.6%, 6개월 내 금연계획자는 2.8%, 심지어 6개월 이후 금연계획자도 40.2%에 불과했다. 또 아예 금연할 생각이 없다는 환자도 34.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진단 후 담배를 끊지 못하는 흡연자 중 남성은 14.5%로 여성(4.2%)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또 소득수준 상위 25%보다 하위 25% 계층 암 환자들의 흡연율이 4배가량 높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자신의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인지한 환자의 흡연율(9.1%)이 건강상태가 좋다고 잘못 안 환자(4.2%)보다 되레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난 점이다. 이는 암 환자가 건강을 자포자기한 심리상태에서 흡연을 계속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어서 주목된다.

암 종류별 흡연율은 간암환자가 16.7%로 가장 높았고, 위암 14%, 대장암 13.3%, 요로계통 암 12.1% 순이었다. 여성 암 중에서는 자궁경부암 환자들의 흡연율이 5.9%로 가장 높았다.

박 교수는 “암 환자의 금연 실천 비율이 낮은 이유는 암 진단 후 치료에 급급해 금연치료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진단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금연치료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연세의대 영문판 학술지 ‘연세 메디컬 저널'(YMJ) 2015년 3월호에 게재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