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양성 환자 도심 돌아다녔다… 패닉 휩싸인 뉴욕

입력 2014-10-25 00:12
미국 뉴욕에서 첫 에볼라 감염환자가 확인되면서 뉴요커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크레이그 스펜서(33)가 약혼녀를 비롯해 3명의 친구와 가깝게 지낸 사실이 확인되면서 추가 감염자 발생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뉴욕 여행 주의보’가 확산되는 등 민심이 동요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외출하지 않은 사람은 전혀 감염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가 없다”며 “스펜서를 비롯해 접촉자들은 완벽하게 격리돼 치료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초점은 스펜서가 입원하기 전날 22일 밤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중심으로 이동한 동선에 맞춰져 있다. 그가 집인 맨해튼 할렘에서 브루클린의 볼링장까지 다녀오는 동안 공공장소에 머물렀던 만큼 추가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현재까지 그와 접촉한 사람이 몇 명인지, 격리 처분된 의심환자가 얼마나 더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며칠 전 혼자 조깅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볼라 감염자가 통상 고열, 복통 등 말라리아와 유사한 초기 증상을 보이기 전까지는 전염력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증상이 시작된 뒤 일정량의 바이러스가 신체에 축적되고서야 비로소 감염 위험성이 나타난다. 에볼라는 공기가 아닌 ‘신체 대 신체’ 접촉을 통해서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국은 스펜서가 지난 17일 입국한 것으로 확인했지만 입원 전날부터 증상이 점증했을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는 23일에야 당국에 구체적인 증상과 에볼라 의료봉사 활동 사실을 신고했다. 신고 직후 당국이 자택으로 배달한 보호장구를 착용했고, 경찰차의 호위를 받은 앰뷸런스로 병원에 이송된 뒤 격리 조치됐다.

뉴욕타임스는 “스펜서가 당국자와의 대화에서 ‘증상을 발견한 이후 접촉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스펜서의 직장인 뉴욕장로교병원 응급센터는 그가 기니에 다녀온 이후 치료한 환자는 없다고 발표했다. 그가 일한 ‘국경없는 의사회’도 “회원들은 증상을 발견하면 신고한다는 서약을 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에볼라 공포’가 미 전역으로 퍼질 기미가 보이자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AP통신은 “에볼라 자체보다 불안증 전염 위험이 더 크다”며 “미국에서 발병한 에볼라 환자는 킴 카다시안과 결혼한 미국인 숫자보다도 적다”고 꼬집었다. 3번 결혼한 유명 여배우를 빗대 과한 불안감을 꼬집은 것이다. 네 번째 발병자가 나왔지만 기니에서 감염된 것이고, 댈러스에서 발병한 3명 중 1명도 라이베리아인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감염자는 2명뿐이다.

이런 가운데 서아프리카 말리에서도 2세 여아가 에볼라 확진환자로 처음 확인됐다. 말리는 스펜서가 의료 봉사를 다녀온 기니와 국경을 접한 나라다. 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