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공유 서비스’를 표방하며 2010년 미국에서 등장해 4년 만에 세계 150여개 도시에 진출한 ‘우버 택시’가 23일 서울에서 합법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먼저 시작된 모범택시 격의 고급 서비스 ‘우버 블랙’과 준중형 이상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 X’가 실정법 위반 논란에 휩싸인 반면 우버 택시는 영업용 택시와 제휴해 논란을 불식시켰다. 잦은 승차 거부와 불친절한 택시에 지친 한국인에게 ‘친절함’을 내세우는 우버 택시가 과연 대안이 될 수 있을까.
23일 오후 4시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삼성동에서 우버 택시를 타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에 ‘우버(Uber)’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실행시켰지만 ‘이용가능 차량 없음’ 표시가 떴다. 주변에 우버 서비스 가입 택시가 없었던 것이다. 출발지를 삼성동이 아닌 강남역, 서울시청, 여의도 등으로 바꿔봤지만 여전히 같은 표시였다.
오후 9시 서울 여의도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서울 강남북 주요 지역을 출발지로 두고 샅샅이 훑어봤지만 소득은 없었다. 이번엔 ‘택시 요청’ 버튼을 눌러 목적지를 입력하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주변에 택시가 없을 때 부르는 일종의 ‘콜택시’ 기능이다. 하지만 1시간을 기다려도 답은 없었다.
우버 택시는 주로 개인택시 기사들을 개별 접촉해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아직 가입 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24일 “우버와 연계한 개인택시는 10대 안팎, 우버 블랙 차량은 200대 안팎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우버 블랙 서비스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24일 오후 앱으로 ‘우버 블랙’을 검색하자 5분 거리에 차량이 있었다. 차종(BMW)과 기사 정모(47)씨의 사진·연락처도 함께 떴다. 전화를 걸고 10분이 지나니 비상등을 켠 차가 도착했다. 정씨가 직접 뒷좌석 문을 열어줬다. 차에는 생수가 비치돼 있고 공간도 넉넉했다. 정씨는 “우버 블랙은 택시라기보다 개인기사 서비스에 가깝다”며 “기존 택시의 불편함을 없애고 더 친절하게 다가가려 한다”고 말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요금은 회원가입 때 등록한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됐다. 비용은 여의도에서 홍익대까지 1만7400원. 일반택시보다 2∼3배 비싸다. 우버 블랙은 기본요금 5000원에 ㎞당 1500원이 추가로 부과된다. 승객은 기사의 서비스 만족도를, 기사는 승객의 매너 등을 별점(5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점수가 낮으면 승객도 기사도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폭발적 성장세 탓에 각국 택시기사들의 항의시위까지 벌어졌던 우버가 한국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자가용을 사용하는 우버 블랙과 우버 X에 대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영업용 택시와 연계한 우버 택시는 합법이지만 기존 업계가 시큰둥해 기반이 취약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향후 자의적으로 요금을 올리는 등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어 관리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르포] 우버택시 타보니… 친절하지만 찾기 어려워, 택시 기능 아직은 한계
입력 2014-10-25 0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