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하러 왔습니다. 저기 누전차단기에 가셔서 15초 간격으로 올렸다 내렸다 반복해 주세요.” “화장실과 다용도실 콘센트를 드라이기로 10분 이상 말려주세요.”
서울 내곡동의 한 아파트 전기기사 김모(48)씨는 정전사고가 난 단지 내 가구들을 방문해 이런 요구를 하며 집주인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목적은 절도였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4일 아파트 전기기사로 근무하며 고의로 전력차단기를 내려 일부 가구에 정전을 일으킨 뒤 수리하겠다고 찾아가 금품을 훔친 혐의(절도)로 김모(48)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달 3일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기기사로 채용됐다. 그가 근무를 시작하면서 단지 내 정전사고가 자주 발생했는데 모두 그가 고의로 일으킨 것이었다. 정전된 집마다 “수리하러 왔다”고 들어가 귀금속과 현금을 훔쳤다. 피해자들은 그의 지시대로 움직이느라 절도 행각을 알아채지 못했다.
김씨는 취직 이튿날부터 지난달 11일까지 일주일 동안 8차례 7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그가 일으킨 고의 정전은 50회나 됐고, 정전 신고가 들어온 가구 중 주부 혼자 있는 집만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김씨의 범행은 아파트에 소문이 돌면서 관리소장의 신고로 막을 내렸다. 경찰은 김씨가 다른 지역 아파트에서도 전기기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갑자기 정전? 혹시 도둑일지도…
입력 2014-10-25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