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의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한민구 국방장관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전시작전권 환수가 사실상 무기 연기됐다는 언론보도에 따른 국내 여론이 비판적이라는 걸 의식한 탓으로 보였다.
한 장관은 인근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그는 “전작권 이양이 무기 연기됐다는 보도는 상당히 비약적인 해석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우리 정부가) 전작권 전환에 대한 의지도 강하고 이행체제도 갖고 있기 때문에 2020년대 중반이면 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장관은 전작권 행사가 무기 연기될 것이라는 분석을 촉발한 전작권 전환 조건의 하나인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역내 안보 환경’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결국 실무 협의를 맡았던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이 나섰다. 그는 “세 가지 전환 조건 중 한국군의 대응능력 강화 등을 설명한 두 가지가 주된 조건이고 안보 환경은 부수적 조건”이라며 안보 환경은 전작권 전환 시기 결정에 별 고려 요소가 아니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했던 자신의 발언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그는 한반도 주변 상황과 전작권 전환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해상교통로에 대한 우리의 교역 의존도가 90%인데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연결하는 해상교통로가 무력 분쟁에 휩싸인다면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주게 된다. 이 심각한 상황에서 그래도 전작권 전환을 할 것이냐, 이것이 하나의 예”라고 답했었다. 동북아 주요 해상에서 중·일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거나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면 전작권 전환 시기가 다시 미뤄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판단을 드러낸 것이었다.
우리 군의 전작권 전환 시기를 결정하는 조건에 한반도 안보 환경이 포함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동북아’라는 광범위한 지역 안보 상황까지 공동성명에 명기해 논란과 혼선을 초래한 것은 전적으로 국방부의 책임이다.
배병우 워싱턴 특파원 bwbae@kmib.co.kr
[현장기자-배병우] “안보 환경은 부수적 조건” 말바꾸는 국방부
입력 2014-10-25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