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사실상 무기 연기… 朴공약 2번째 파기 논란] 전작권 전환 문제 ‘정국 뇌관’

입력 2014-10-25 00:19
한·미 양국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무기 연기’ 합의가 박근혜 대통령의 ‘제2의 대선공약 파기’ 논란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지난해 기초연금 파기 논란에 이어 정국의 또 다른 메가톤급 이슈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공약 파기 정권’이라는 비판과 함께 국방주권 문제가 급부상하면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로 겨우 진정됐던 정국이 ‘보수 대 진보’ 구도로까지 치달을 기미마저 보이고 있다.

이처럼 한미안보협의회(SCM) 전작권 합의의 파장이 증폭되자 청와대는 적극적인 태도로 “국가안위가 공약 이행보다 우선”이라는 논리를 설파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작권은 공약의 철저한 이행보다 국가안위라는 현실적 관점에서 냉철하게 바라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전작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다만 현재와 같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가중되는 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전작권 전환 준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 대변인은 또 “현재도 두 나라는 한반도 안보 상황과 한·미동맹의 대응능력 구비 같은 안정적 전작권 전황의 조건들과 시기를 결정하기 위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른 사안과 달리 청와대가 유독 전작권 공약 파기 논란에 ‘적극 해명’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기초연금 공약 파기 논란’이 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추정된다. 만 65세 이상 모든 노령자에게 한 달에 20만원씩 주겠다고 했던 대선공약을 집권 1년차에 소득연계 방식으로 일정 소득 이상을 버는 노령자한테는 액수를 줄이겠다는 식으로 바꾸자 박 대통령은 국정수행 지지율이 급락할 정도로 위기를 맞았다. 당시 청와대는 별다른 개입 없이 정부 관련 부처와 여당을 동원해 법안을 수정하는 형태로만 이 문제에 대응했을 뿐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초기부터 적극 개입해 이런 정치적 논란을 진화하려 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전작권 전환은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2012년 여러 차례 “2015년 전환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했고, 대선공약집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주요 국정과제에도 명기됐던 사안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도 이번 일이 커다란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기초연금 공약 파기 논란이 계속 가라앉지 않자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만약 전작권 전환 시기 재연기가 정국의 이슈로 지속된다면 또 다시 ‘사과 카드’를 꺼내들어야 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전날 ‘국방주권 포기’라며 정부 비난에 나섰던 야당은 한발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스스로 군사주권을 포기한 참담한 현실에 대해 군 통수권자인 박 대통령이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