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라동철] 공무원연금, 이건 어때요?

입력 2014-10-25 00:20

안전행정부가 지난주 공무원연금 개혁 정부 초안을 공개한 후 공직사회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정청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연내에, 늦어도 내년 4월까지는 공무원연금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안이 2016년부터 적용될 경우 재직 공무원들은 기여금(보험료)은 최대 41% 더 내고, 연금은 최대 34%까지 깎이게 된다. 30년 재직 후 받게 될 첫 연금액이 1996년 임용자는 월 222만원에서 210만원, 2006년 임용자는 201만원에서 150만원, 내년 임용자는 180만원에서 121만원으로 각각 줄어든다. 2016년 이후 임용자는 기여금은 현행보다 2.5% 포인트 줄지만 첫 연금액은 96만원에 불과하다. 이건 7급으로 임용돼 4급으로 퇴직하는 공무원 기준이다. 9급 출신이 전체의 70%정도니 대다수 공무원의 연금은 이보다 더 적다. 국민연금처럼 ‘용돈 수준’이 되는 거다.

그렇다고 정부안이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공무원연금 재정 개선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반대급부로 거론되고 있는 인센티브를 감안하면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고 ‘아랫돌 빼 윗돌 괴기’다. 퇴직수당을 민간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보수도 인상한다면 현재 국민연금 적자 보전금보다 더 많은 재정(세금)이 투입돼야 하는 거 아닌가. 국민연금 가입자라고 마냥 고소해하며 박수칠 일이 아니다.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건 분명한 사실인 만큼 대안을 찾아야 한다. 노후 안전판이라는 공적연금의 취지와 연금 재정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는 솔직하고 성숙한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이 공무원연금 내부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연금 수급자 31만9489명(2013년 10월 기준) 중 연금액 월 100만원 미만이 1만9136만명(6%), 100만∼200만원 미만이 10만7555명(34%)이다. 반면 300만원 이상은 6만7542명(21%)이다. 9급으로 들어와 33년 이상 근무하고 5급으로 퇴직하는 공무원이 받는 연금은 최대 250만원이다. 이 정도를 지나치다고 하긴 어렵다.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연금 적자의 책임을 묻는 건 억지고 공적연금 제도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하위직들은 기여율은 높이되 연금액은 유지하거나 삭감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신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엄벌해 공직윤리를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

결국 연금 재정을 개선하려면 고액 수급자의 연금액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고액을 어느 수준으로 볼 것인지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평균의 두 배(월 438만원) 이상 수급자의 물가연동 인상분을 10년간 동결하겠다는 정부안은 대상자가 현재 300명에 불과하고 삭감 효과도 미미하다. 삭감 대상을 월 300만원까지 낮추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고액 수급자들은 재직 중 상대적으로 고액의 급여를 받았기 때문에 은퇴 후 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하위직 출신들에 비해 낮기 마련이다. 퇴직 후 일정 기간(20년 정도)이 지나면 연금액이 점차 줄어드는 ‘연금 피크제’ 도입도 검토해볼 만하다.

소급 적용은 안 된다고 하지만 그건 기득권을 무조건 용인하라는 무리한 요구일 뿐이다. 연금제도는 기본적으로 현 세대의 노후 부담을 미래세대에게 지우는 일이다.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게 하는 건 부당한 데다 세대 갈등의 요인이기도 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무원연금을 ‘왕따’시켜놓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거나 성급하게 개편안을 확정해서는 안 된다. 그건 개혁이 아니라 개악으로 가는 길이다.

라동철 사회2부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