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매너 캠페인’ 아시나요] “英 간단한 컨트롤만… 관람객 스스로 행동 조절 기대해야”

입력 2014-10-25 00:31

대영박물관과 내셔널갤러리 등 세계적인 박물관부터 골목마다 자리한 작은 갤러리까지 영국은 박물관과 미술관의 나라다. 영국에서 최근 대세로 떠오른 미술관을 꼽으라면 단연 테이트모던 미술관이다. 화력발전소였던 이곳은 2000년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큐레이터이자 ‘2014 광주비엔날레’ 예술 총감독을 맡은 제시카 모건(45·여·사진)에게 이메일로 영국 미술관의 에티켓을 들어봤다.

“영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19세기 ‘위대한 시대’를 거쳤습니다. 이후 미술관은 사람들에게 예술을 알리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끼리 교류하는 사회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테이트모던도 사회적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죠.”

영국 사람들에게 미술관은 일상의 공간인 만큼 미술관 에티켓도 자연스럽게 체득돼 있다. 그런 이유로 모건 감독은 우리나라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미술관 매너 운동에 대해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는 그런 캠페인을 해본 적이 없어요. 테이트모던을 비롯해 미술관들은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젖은 우산을 들고 오지 못하게 하는 등의 간단한 컨트롤만 하고 있습니다.”

미술관과 박물관이 지나친 통제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모건은 “미술관이 권위주의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배낭을 멘 사람을 제지하는 등의 과한 제약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놀이터와는 다르다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얘기는 잊지 않았다.

모건은 “작품을 접근하는 데 제한할 필요가 있다”면서 “어렵겠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경로를 스스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술관이라는 한정된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예기치 않은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모건도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했다. “미국의 미술관에서 근무할 때 맹인이 맹인견과 함께 미술관을 찾았어요. 그런데 맹인견이 모르고 작품의 받침대를 넘어뜨렸죠. 제가 경험했던 ‘재미난’ 사고 중 하나였어요.”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남다른 각오도 전했다. 그는 “미술관이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들을 위해 작품을 관리하고 보존하는 장소”라며 “아이들에게 관대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