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시 우선선발’ 없앤다

입력 2014-10-24 04:12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이르면 2016학년도 입시부터 수시모집 우선선발전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성 총장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공립대 국정감사에서 “우선선발제도로 특수목적고나 자립형 사립고 학생들이 서울대에 많이 들어오면서 제도의 취지가 퇴색했다”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승인을 받아 2016학년도, 아니면 2017학년도부터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우선선발제도란 수시모집 일반전형 1단계 합격자 중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을 2단계 전형 없이 바로 합격시키는 제도다. 수시모집 1단계 전형은 학업능력 외에도 외부 수상경력 등 서류 평가로 이뤄지기 때문에 ‘스펙’이 뛰어난 학생들이 주로 뽑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우선선발 학생은 2단계 면접·구술고사를 치르지 않는다.

올해 이 제도로 입학한 서울대 신입생 102명 중 91명(89.2%)은 특목고·자사고 출신이었다. 일반고 출신은 6명(5.9%)에 불과해 ‘특목고·자사고생을 위한 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수험생의 입시 부담을 이유로 대학에 ‘우선선발 폐지’를 줄곧 권고해왔다. 학생들이 내신성적 외에도 다른 전형 요소를 준비해야 하기에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입도선매’하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 등으로 면접 없이 뽑는 우선선발제도를 유지해왔다.

서울대가 수시 우선선발제도를 폐지할 경우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서울대 입시 전형이 다른 대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도 “대학이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입도선매’를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대학의 경우 쉽게 폐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우선선발제도로 선발되는 인원이 적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란 지적도 나온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오히려 면접 전형은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이 유리한 면이 많기 때문에 2차 전형 면접까지 치른 뒤 뽑는 것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내신 성적 반영 비율을 파격적으로 높이지 않는 이상 고교 격차는 그대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서울대 입시 전형은 교육부의 대학입학전형 3년 예고제에 따라 2016학년도까지 발표된 상태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16학년도 전형의 경우 법령 제개정이나 폐지,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 개편 및 인원조정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바꿀 수 있다. 성 총장은 “일단 대교협의 승인을 구하고 안 되면 2017학년도부터는 무조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성 총장은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출제 오류 판결과 관련, 피해 학생을 구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피해 학생이 확인되면 구제 조치를 할 것이냐”는 의원 질문에 “문제가 잘못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법적 시효 문제와 별도로 학생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는 게 정당하다”며 “다만 응시생이 제한적이어서 피해 학생이 다수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유나 조성은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