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사실상 무기연기] 연합사 일부 용산에 눌러앉기로… 개발계획 손질 불가피

입력 2014-10-24 04:02
한국과 미국이 한미연합사의 핵심인력과 미 2사단소속 210포병여단을 현재 위치에 잔류키로 한 것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유사시 초기대응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한·미가 합의한 주한미군 재배치계획인 용산기지이전계획(YRP)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을 수정해야 한다는 점은 지방자치단체의 반발과 정치적 파장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사시 초기대응능력 유지 필요성 고려=한·미 양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시기가 또다시 연기됨에 따라 존속하게 될 한미연합사의 평택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고심했다. 현재의 연합작전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미 지휘부가 즉각 협의가 가능한 가까운 거리에 있을 필요가 있는 데다 연합사 해체를 전제로 추진해온 평택기지에 연합사가 들어갈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때 합동참모본부 건물 일부에 유치하는 방안도 고려됐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시설이전 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현재 위치에 잔류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었다”고 설명했다.

210포병여단의 잔류는 유사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의 필요성이 고려됐다. 북한은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는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를 적어도 300문 이상 휴전선 인근 10㎞ 이내에 배치해 놓고 있다. 북한이 이들 장사정포로 일제히 포격에 나설 경우 1시간 이내 서울의 30%가 초토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책연구원의 한 보고서는 미국의 증원군 전개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16일이면 수도권 방어선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따라서 유사시 초기에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 등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군은 대화력전 능력을 보강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양국이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한국군이 갖출 때까지 210포병여단을 현 위치에 두기로 한 이유다.

210포병여단은 2000여명의 병력과 전술지대지 미사일(ATACMS)과 다연장로켓(MLRS), 대포병레이더(AN/TPQ-36·37), 신형 M1 에이브럼스 전차 등 막강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장사거리 유도형 다연장로켓(G-MLRS) 탄약을 포함한 다양한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막강한 화력 때문에 210포병여단이 북한 장사정포를 사거리 안에 둘 수 있는 경기도 북부에 있다는 것 자체가 북한의 전면적인 도발을 억제하는 기능을 해왔다.

210포병여단이 평택기지로 이전할 경우 수도권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해 즉각 대응할 수 없게 된다. 평택기지에서 북한 장사정포에 공격할 수 있는 위치까지 이동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리 군의 장사정포에 대한 대응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210포병여단의 현 위치 고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용산기지 이전 및 미군 재배치계획 차질=용산기지 이전과 미군 재배치계획이 이미 양국 간의 합의 사항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용산기지 이전은 양국이 2003년 정상회담에서 합의했으며 미 2사단 이전 근거인 연합토지관리계획과 함께 2004년 12월 국회 비준을 통과한 사안이다. 하지만 한미연합사의 시설 일부가 용산기지 내에 남게 되고 210포병여단이 동두천에 잔류하게 됨에 따라 계획의 근간이 흔들리게 됐다.

양국은 용산기지 내에 잔류하게 될 시설물들은 연합사령부 건물과 지휘통제시설(CC서울), 미8군사령부로 기존 잔류시설을 포함하면 기지 면적의 14% 정도가 된다. 국방부는 협상을 통해 10%(24만㎡) 내외로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용산기지를 공원으로 개발하려던 기존 계획을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다.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조성 특별법에 따르면 243만㎡(7만5000여평)의 방대한 기지를 녹지공원으로 조성해 2024년 완공될 예정이었다.

또 210포병여단이 떠난 공간을 활용하려는 지자체의 계획도 타격을 받게 된다. 동두천은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기지에 기업과 대학, 각종 레포츠시설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군사평론가 김종대씨는 “미군은 평택기지 외에 용산기지 일부와 2사단기지 일부를 추가 확보하는 유리한 협상을 했다”며 “미군 재배치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