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라디오 제2 전성시대] 볼륨‘UP’ 디지털시대에도 無風

입력 2014-10-25 00:26

지난달 11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라디오’라는 ‘케케묵은 이름’이 등장했다.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멤버 6명(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이 일일 라디오 DJ에 도전하면서 라디오도 함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생방송이 시작되자 네티즌들은 멤버들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두고 끊임없이 얘깃거리를 만들어갔고 멤버들의 어록 하나하나가 회자됐다.

MBC 관계자는 23일 “무한도전의 ‘라디오 스타’ 특집 당일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로 라디오를 들은 접속자가 평소보다 12배나 늘었다”며 “멤버들이 진행하는 6개 라디오 프로그램에 모두 접속자가 100만명에 달했고 홈페이지 유입 수도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반짝 관심으로 치부해버리기에 간만에 라디오로 쏟아진 스포트라이트가 반갑다. ‘무한도전 효과’를 넘어 라디오의 부흥기가 도래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도 생긴다. 실제로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9일부터 지난 8일까지 최근 한 달간 라디오 기기 판매량도 전월 대비 15%, 전년 동기 대비 35%나 증가했다. 구매 연령별로는 40대가 전체의 35%를 차지했고 50대 25%, 30대 24% 순이었다. 평상시 라디오 구매가 적었던 2030세대 구매량도 전월 대비 20%나 증가했다.

사실 라디오는 꾸준히 진화하고 있었다.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청취자와 진행자의 쌍방향성을 한층 강화했다. MBC는 ‘미니’, SBS는 ‘고릴라’, KBS는 ‘콩’이라는 플레이어 시스템을 통해 모바일 기기로 손쉽게 라디오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인터넷 라디오 플레이어를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선곡표와 관련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문자메시지를 보내듯 짧은 길이의 사연을 수시로 올리며 청취자가 지금 느끼는 것을 재빠르게 공유할 수 있다. 과거 엽서를 보내고 몇날 며칠 사연 읽어주길 기다리던 시대에서 지금 듣고 싶은 노래와 그 이유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듣는 라디오에서 보는 라디오로도 변신했다. 각 방송사는 이벤트 형식으로 청취자들에게 라디오 부스 안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보는 라디오에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10, 20대의 젊은 청취자들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매체가 다양해지고 빠르고 즉각적인 반응이 요구되는 매체들이 사랑받고 있는 반면 아날로그 정서에 다시 주목하는 대중도 늘고 있다”며 “라디오가 가진 정통성에 대중이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동성이 강하고 다른 매체보다 집중도가 강한 매체가 라디오”라면서 “실시간 속보성이 뛰어나다 보니 새로운 전성기를 맞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