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피는 꽃도 있으니 연습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내셔널타이틀이 걸린 코오롱 제57회 한국오픈 골프대회가 개막된 23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골프장(파71·7225야드). 첫날 전혀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전윤철(26)이 단독선두로 치고 나왔다. 그는 대기 선수로 있다가 한국오픈 출전이라는 행운을 잡았다. 이 대회 코스를 밟은 것도 무려 7년만이다. 안개로 40여명이 경기를 마치지 못한 가운데 전윤철은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골라 4언더파 67타를 쳤다.
투어 출전권이 없었던 전윤철은 8월과 9월에 걸쳐 치러진 한국오픈 1, 2차 예선에서 9위에 그쳐 상위 6명에게 주는 본선 출전권을 잡지 못했다. 그러다 대회 개막 열흘 전에야 3명의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 바람에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전윤철은 “혹시 출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름대로 연습은 꾸준히 했다”고 말했다. 10번홀에서 출발한 전윤철은 후반 2번홀에서 경사진 8m 버디퍼트를 홀에 떨궈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세계적인 스타를 꿈꿨다. 미국에서 활약하는 노승열과 김비오, 맹동섭이 국가대표 시절 함께 뛰었던 선수다. 한국오픈에도 두 차례 출전했었다. 국가대표 상비군이던 2006년 공동 39위, 국가대표였던 2007년에는 64위에 오르는 성적을 남겼다.
그 뒤 2∼3년간의 긴 슬럼프가 찾아왔다. 퍼팅할 때 백스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입스가 왔다. 한체대 졸업 후 곧바로 입대해 전방에서 근무했다. 2년 전 제대한 뒤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국가대표 동기생들이 국내외 투어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사람이라면 부러운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각자 인생이 있는 법이다. 늦게 피는 꽃도 있으니 열심히 하겠다.”
1라운드를 치른 전윤철은 “오늘 핀 위치가 어려운 곳에 꽂혔는데 샷이 잘돼 공이 퍼트하기 좋은 곳에 떨어졌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다시 일어서고 싶다”고 말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무명의 대기선수 전윤철 ‘펄펄’
입력 2014-10-24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