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그녀의 가을

입력 2014-10-25 00:04
그녀는 그런대로 만족을 느끼며 살아 왔었다. 아쉬움 없이 살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일도 인정받을 만큼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자신의 인생에 가을이 온 것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도 외로웠고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불안했다. 무성했던 나뭇잎을 떨구어야 하는 가을나무처럼 자신에게서도 모든 것이 떠나버리는 것 같아 허무했다. 아무리 주사를 맞고 약을 먹어도 그녀의 머리는 낫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무척 지쳐 있음을 느꼈고 일탈을 하고 싶었다. 그녀는 텅 빈 마음에 무엇인가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연을 찾아 떠났다. 한적한 산길을 걸으며 그녀는 지나치게 많은 소리의 공해 속에 자신이 노출되어 있었다고 생각했다. 인공적인 너무 많은 소리를 듣고 너무 많이 보고, 그것이 그녀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는 쓸데없는 것들을 털어내고 신선한 자연의 소리를 듣고 보았다.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 풀벌레 날개 부딪히는 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들꽃들을 보고 그리고 푸르게 높은 하늘을 보았다. 머리가 한결 상쾌해졌지만 그녀의 마음의 구멍은 메워지지 않았다.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는 피곤을 느끼며 숙소로 들어왔고 그곳에서 우연처럼 한 문장의 글을 보게 되었다. ‘God alone Suffices(하나님만으로 족하다).’ 그녀는 그 글에서 충족되지 않은 자신의 불만족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지인인 그녀의 가을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생의 만족의 근원은 어디로부터인가를 생각해 본다. 그러다가 문득 말씀이 떠올랐다. “우리가 무슨 일이든지 우리에게서 난 것 같이 생각하여 스스로 만족할 것이 아니니 우리의 만족은 오직 하나님께로서 났느니라.”(고후 3:5) 이 가을에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공허로 괴롭고 쓸쓸하다면 하나님 품으로 깊이 안겨 보아도 좋으리라.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에….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