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청초하게 명멸하는 별빛이 참 고왔더랬다. 뺨을 간질이는 밤바람에 감사함이 스쳐가고,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은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었다. 한쪽에선 수백명의 마을 주민들이 나와 밥을 짓고, 춤을 추고, 노래하며 이 밤의 감동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새벽 미명에 이를 때까지 꺼지지 않는 떠들썩한 축제가 벌어진 이곳은 잠비아의 외딴 오지 마을인 케주아(Keezwa).
2010년 6월 자전거를 타고 광야를 달리면서 무엇보다 여러 난제를 안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긍휼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생기라곤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파리한 몰골의 ‘내 이웃’들을 보며 어떻게 해야 내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그들과 함께 나눌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기도했다. 그래서 얻은 지혜가 ‘사마리아 프로젝트(Samaria Project)’였다. 이웃의 어려움을 무심히 지나치지 말자는 취지였다.
현지 식단으로 끼니를 때우고, 노숙이나 야영을 하며 아낀 경비를 소외된 이웃에게 나누고자 했다. 아프리카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말라리아다. 그래서 고통으로 신음하는 오지와 빈민촌에 모기장을 쳐주기로 했다.
선교지를 탐방하면서 고단한 아프리카의 현실을 목도하기 전까진 빈곤이란 말이 이렇게 피부로 와 닿은 적이 없었다. 모기장을 치려고 들어선 공간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보호되지 못하는 척박한 현실에 뒷목이 뻐근해져 왔다. 고시원보다 약간 큰 실내에는 햇빛도 들지 않고 가축들도 자유로이 드나든다. 이 협소한 공간에 보통 대여섯 명이 모여 산단다. 위생은 둘째치고 맘 편히 다리 뻗을 공간마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게다가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니 누가 이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생수 같은 기적을 전해줄 수 있을까? 물이 귀한 이곳에서 아이러니하게 이들의 눈물은 마를 줄을 모른다.
사마리아 프로젝트의 대장정이 시작된 첫날, 총 300여개의 모기장을 준비했다. 기도하며 벅찬 설렘으로 사역을 시작한 그날 밤,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 펼쳐졌다. 날이 저물면서 마을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축제를 여는 거예요.”
“무슨 축제인데요? 오늘이 무슨 특별한 날인가요?”
“아니에요. 당신이 우리 마을을 방문해서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는 것이 좋아 벌어지는 즉석 축제랍니다. 밤에 불을 피워놓고 실컷 춤추며 노래할거예요.”
사람들은 각자의 집에서 단출하게 먹던 것을 공동으로 모여 서로 음식을 나누고, 즐겁게 담소 나누었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춤과 노래가 끊이지 않았다. 이들의 리듬감 넘치는 부족 노래는 몹시 흥겨운데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음이 애잔하게 느껴짐은 어떤 이유일까? 교교한 달빛 아래 아이들도 흥에 겨웠는지 내가 제의한 강강술래를 잘도 따라한다. 밤이 깊도록 동네방네 자지러지게 웃는 소리가 그칠 줄을 모른다.
사마리아 프로젝트 잠비아 편은 일주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단순히 모기장을 쳐주는 것이 아니라 세속의 거센 풍파로 너덜해진 그들 마음에 예수님 복음의 장막을 쳐주는 사역이기를 소망했다. 내가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자 모두가 감사로 혜택을 받는 시간들이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는 은혜의 시간이었다.
문종성(작가·vision-mate@hanmail.net)
[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28) 사랑은, 축제다-잠비아 오지 마을 케주아에서
입력 2014-10-25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