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을 지키는 경위가 대형 참사를 막았다. 22일(현지시간) 발생한 캐나다 의사당 총격 사건으로 북미 전체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침착하게 테러범을 사살, 피해를 최소화한 의회 경위의 영웅적 대응이 집중 조명됐다. 그러나 테러범 마이클 제하프-비보(32)가 이슬람 개종자로 밝혀지고 ‘이슬람국가(IS)’와의 연관설이 제기되면서 대륙을 넘나드는 테러 전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침착한 대응으로 테러범 사살, 영웅으로 부상한 비커스 경위=현지 언론들은 의회 경위 케빈 비커스(58) 덕분에 경비병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한 의사당 총기난사 사건이 대형 참사로 비화되지 않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가 테러범을 사살한 회의실 안에서는 스티븐 하퍼 총리와 여당 의원 등 30여명이 회의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희생됐을지 모를 위기의 순간에 침착하게 테러범을 저격한 비커스는 ‘오타와의 영웅’이자 ‘생명의 은인’으로 칭송받고 있다.
피터 매케이 법무부 장관은 그를 “진정한 영웅”으로 치켜세웠으며 크레이그 스콧 의원은 트위터에 “의원들과 보좌진은 비커스 경위에게 목숨을 빚졌다”고 언급했다. 그의 동생 존 비커스는 캐나다 일간 내셔널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케빈은 항상 국가를 위해 헌신해 왔기에 그의 행동이 놀랍지 않았다”고 말했다.
왕립기마경찰대(RCMP)에서 29년간 복무한 베테랑 비커스 경위는 2006년부터 의회 보안직으로 안전과 보안을 책임져왔다. 귀빈들의 의전 담당도 겸해 지난달 22일 박근혜 대통령의 캐나다 의회 방문 시 방명록 서명을 안내하기도 했다.
◇IS·이슬람 테러리즘, 미주 본토 정조준하나=이날 의사당뿐 아니라 국립전쟁기념관과 쇼핑몰 등 오타와 도심 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캐나다 경찰 당국은 조직적인 테러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여러 명의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총격전 끝에 사망한 범인 제하프-비보의 본명이 ‘마이클 조지프 홀’이며 이슬람 개종자로 사건 당시 IS를 연상시키는 검은 옷에 아랍식 스카프(카피에)를 두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고위험 인물’로 지목돼 여권을 압수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은 사건 직후 IS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트위터 계정에 제하프-비보라고 주장하는 사진이 게시됐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원리주의 감시기구 ‘시테’도 IS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IS를 지지하거나 대원으로 자칭하는 인물들이 트위터에 “캐나다가 미국의 IS 공습에 동참해 무고한 무슬림을 죽이고 있다”면서 “캐나다에서 더 많은 공격을 벌여야 한다”는 선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퍼 총리는 사건 발생 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리는 캐나다가 테러리스트 공격의 유형에서 면제돼 있지 않음을 알게 됐다”며 이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서 만행을 저지르며 우리 영토로 상륙하려는 테러리스트 조직에 맞서기 위해 우방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오타와의 영웅’… 의회 경위가 대형참사 막았다
입력 2014-10-24 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