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이 4대강 살리기와 호남고속철 사업에 이어 이번엔 2조원 규모의 가스관 공사에서도 불법 담합을 했다가 적발돼 임직원 50명이 무더기로 입건됐다. 대규모 국가 건설공사가 잇따라 비리로 얼룩진 터라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가스관 공사 입찰에서 서로 짜고 입찰가격을 정하거나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공정 경쟁을 방해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SK건설 김모(54) 영업상무와 두산중공업 이모(55) 영업상무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대림산업과 GS·한화·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유명 건설업체 임직원 48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담합 입찰에 따른 국고 손실액만 3000억원대로 파악됐다.
이들은 2009년 가스관 공사 수주액이 2조1300억원에 달한다는 소문을 듣고 입찰 과정에서 경쟁을 피해 안전하게 공사를 따내려고 ‘제비뽑기’로 공사 구간을 나눴다. 입찰 가격을 정할 때 서로 들러리를 서주는 편법도 계획했다. 입찰가는 공사 예정가격의 80∼85% 선에서 임의로 정했다. 해당 구간에 입찰하기로 예정된 업체가 들러리 업체에 견적서까지 만들어 전해주기도 했다. 경찰은 “적발된 건설사 대부분이 4대강과 호남고속철 사업에서도 담합입찰을 했던 업체들”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의 담합 행위는 갈수록 규모가 크고 대담해지고 있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호남고속철 사업에서 입찰 담합을 한 대림·대우·SK·GS·현대건설,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등 28개 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역대 최고 과징금 3479억원을 부과했다. 당시 검찰은 이들이 챙긴 부당 이익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9월에도 들러리 입찰 방식으로 4대강 공사를 따낸 대형 건설사 11곳의 전·현직 임원 22명이 입건됐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의 제보자가 당초 공정위에 먼저 제보했으나 증거 부족이란 이유로 반려됐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담당 공정위 사무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조사 중이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4대강·호남고속철 이어 가스관까지 담합공화국
입력 2014-10-24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