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서울과 세종청사를 오가느라 버리는 시간·비용을 줄이겠다”며 추진한 ‘길 위의 과장 없애기’ 방안이 현실적 한계에 별다른 효과를 못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지난 8월 과장급회의 출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의 ‘세종시 업무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실국장 이상 간부는 국회 보고와 각종 회의 때문에 서울에서 주로 일하고 5급 이하 직원들은 세종에서 일하는 현실 속에서 실무 처리의 중심에 있는 과장급 직원들이 서울과 세종을 오가느라 사실상 길 위에서 시간을 다 보내는 일명 ‘길 위의 과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2일 국토부가 월별 출장 횟수를 집계한 결과를 보면 이 방안이 시행된 후인 9월에도 과장급 직원들의 출장 횟수는 422회에 달했다. 국토부 본부의 과장급 직원은 모두 102명으로 9월에도 1인당 월 평균 4.14회의 출장을 다녀온 꼴이다. 1∼8월간 월 평균 출장 횟수 458.5회에 비하면 8%가량 줄어든 것이지만 ‘출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애초 발표와 비교하면 감소 폭은 민망한 수준이다.
게다가 1∼8월에는 월 평균 출장 횟수가 8회 이상인 사람이 5명이었던 반면 9월에는 출장 횟수가 10회 넘는 과장급이 7명에 달했다. 일부 과장은 출장이 더 잦아진 것이다.
직원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더 낮다. 공식적인 보고와 회의 등을 담당하는 실국장 이상 간부를 빼고 나면 국회의원 등을 만나거나 실무를 협의하는 자리에는 사무관급이 갈 수도 없어 결국 과장급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출장은 대부분 상대가 있기 때문에 우리 마음대로 과장급은 못 간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관가 뒷談] 효과 없는 ‘길 위의 과장 없애기’
입력 2014-10-24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