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가 사실상 무기 연기됐다. 한·미 양국은 한국군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필수 대응능력을 갖춘 뒤에 전작권을 환수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이 갖춰지는 시기는 2020년대 중반쯤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조건을 충족했다는 판단이 내려질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
한민구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펜타곤에서 열린 46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런 내용이 포함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전작권 전환 시기 재조정은 ‘시기’에 초점이 맞춰졌던 이전과 달리 ‘조건’에 기초한 것이 특징이다. 양국 국방부는 전환 조건으로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한국군의 핵심 군사력 구비와 미국의 군사력 제공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구비 등 세 가지를 명시했다. 이런 조건이 갖춰졌는지 매년 평가, 그 결과에 기초해 전작권 전환 시기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뿐 아니라 역내 안보 환경이 불안할 경우 전환 시기가 다시 늦춰질 수 있다’는 내용이 양국 간 합의에 포함돼 전작권 전환이 사실상 무기 연기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세 가지 조건 중에서도 특히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커지고 있어 킬 체인(Kill Chain·북한 핵·미사일 사용 징후 시 선제타격 시스템)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계 구축 여부가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며 “현재 계획대로라면 2020년대 중반쯤 이런 체제들이 갖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전작권 전환의 첫 번째 조건으로 언급된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이다. 이는 한반도뿐 아니라 중·일의 무력충돌 등 동북아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이 계속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역내 안보 환경’에 대한 평가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입장에 계속 끌려갈 소지도 있다. 특히 세 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져야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는 게 국방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양국은 아울러 한미연합사 본부 기능을 용산기지에 그대로 남기기로 했다. 또 북한 장사정포 대응을 위해 경기도 동두천 캠프 케이시의 미 210화력여단은 한국군의 대화력전 능력이 갖춰질 때까지 현재 위치에 계속 주둔하기로 합의했다.
야당은 군사주권 포기라며 반발했다.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전작권 전환 재연기는 남북관계와 국가안보의 실패”라고 주장했다.
Key Word-전시작전통제권
전쟁 발발 시 군대를 총괄적으로 지휘, 통제하는 권한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각 나라는 평시작전권과 전시작전권을 모두 갖고 있지만 한국은 전시작전권을 한미연합사령부에 이양했다. 1950년 7월 6·25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평시·전시작전권을 모두 유엔군에 이양했다. 한국군은 1994년 평시작전권을 주한미군으로부터 넘겨받았다. 노무현정부 때 전시작전권도 2012년 4월부터 환수하기로 미국과 합의했으나 두 차례 연기됐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bwbae@kmib.co.kr
전작권 전환 사실상 무기 연기… 군사주권 논란
입력 2014-10-24 0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