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연기를 겸업하는 아이돌 가수인 일명 ‘연기돌’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캐스팅 단계에선 인기를 앞세워 경쟁도 거치지 않은 채 주인공을 꿰찼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고 일단 드라마나 영화가 공개되면 연기력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최근 ‘연기돌’의 한계를 벗어나 연기자로 당당하게 자리 잡은 아이돌이 있다. 이들 뒤에는 숨겨진 성공 공식이 있다.
연예계 관계자는 23일 “처음부터 주연으로 나서기 보다는 조연을 맡아 캐스팅 논란을 피했다”며 “블록버스터보다는 메시지가 담긴 무거운 소재의 영화를 선택해 연기력을 키우는 동시에 배우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효과도 얻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인물이 아이돌 그룹 엑소의 도경수(디오)와 제국의 아이들의 임시완이다.
도경수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첫 연기에 도전했다. 당시 조인성(장재열 역)에게만 보이는 환상속의 인물 한강우 역을 맡아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도경수가 두 번째 작품으로 선택한 것은 상업 영화계에선 처음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 ‘카트’다. 2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카트’ 시사회에서 김영애는 “(도경수가)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잘했는지 안아주고 싶었다”며 칭찬했다.
임시완은 2012년 MBC 사극 ‘해를 품은 달’에서 곱상한 외모로 일단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연기력 검증을 받기 위해 임시완이 선택한 작품은 영화 ‘변호인’이다. 임시완은 부림사건에 휘말리면서 살인적인 고문을 받는 인물을 실감나게 표현하며 호평을 받았다. 영화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그는 이후 MBC 드라마 ‘트라이앵글’ 주연을 꿰찼다. 최근 시작된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미생’에선 프로입단에 실패한 바둑기사가 회사에 취업해 냉혹한 현실을 경험하는 장그래 역을 맡았다.
연예계에선 이들이 영리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한다. 노출이 많은 TV에서 연기자 신고식을 치른 뒤 호흡이 긴 스크린으로 옮겨 연기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슈의 영화를 통해 화려한 가수의 이미지도 벗었다. 가요계 관계자는 “‘의식 있는 연기자’라는 이미지를 덤으로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걸그룹 시크릿의 한선화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한선화는 최근 시작한 MBC ‘장미빛 연인들’에서 주연을 맡아 캐스팅 당시 논란이 됐다.
하지만 첫 방송부터 우려를 기대로 바꿔 놓을 만한 연기를 펼쳤다. 표정과 대사처리 등은 드라마 캐릭터 설명 속 백장미를 제대로 떠올리게 했다.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 ‘신의 선물-14일’ ‘연애 말고 결혼’ 등을 통해 꾸준히 연기력을 다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대작 피해 조연으로 대선배와 호흡 맞춰라
입력 2014-10-24 02:34 수정 2014-10-24 0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