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오면 바로 작업할 것’ 팽씨 전송 문자 놓고 공방

입력 2014-10-24 02:14
‘잘 되겠지. 긴장은 되는데 마음은 편하네.’ ‘잘 될 거야. 추석 잘 보내라.’

지난해 9월 17일 두 친구 사이에 이런 카카오톡 메시지가 오갔다. 이틀 뒤 한 친구는 ‘오늘 안 되면 내일 할 거고 낼 안 되면 모레 할 거고 어떻게든 할 거니까 초조해하지 마라’고도 보냈다. 얼핏 덕담 같은 이 문답은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재력가 송모(67)씨를 살해한 팽모(44·구속 기소)씨와 이를 청부한 혐의(살인교사)로 구속 기소된 김형식(44) 서울시의원이 주고받은 것이다. 서울남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박정수) 심리로 23일 열린 4차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이 메시지의 의미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사이에 날선 공방이 펼쳐졌다.

지난해 11월 4일 팽씨는 ‘애들은 10일 들어오는 걸로 확정됐고 오면 바로 작업할 거다’라는 메시지를 김 의원에게 보냈다. 닷새 뒤에는 ‘우리 만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일단 애들 나오면 담주에 세팅해놓고 그때 만나자. 그게 나을 거 같다’는 팽씨 메시지에 김 의원이 ‘다시는 문자 남기지 마라’고 답했다. 이 ‘애들’의 실체를 두고도 양측 해석이 달랐다. 팽씨는 “김 의원이 구해 달라고 한 청부살해업자들”이라고 증언했지만 변호인은 “팽씨의 ‘짝퉁’ 제품 수입업 관련 업자들”이라고 반박했다.

올해 1월 6일에는 암호 같은 메시지도 오갔다. ‘???’(김 의원), ‘?’ ‘내일’(팽씨), ‘ㅇㅇ’(김 의원). 이틀 뒤에는 ‘?’(김 의원), ‘어제 상황’ ‘이번 주까지 정리’(팽씨), ‘콜(김 의원)’이란 메시지를 또 주고받았다.

이어 1월 9일 팽씨는 ‘오늘 출근 안 하셨네요 그분’ ‘1시부터 있는데’라고 김 의원에게 보냈다. 검찰은 이를 “팽씨가 범행을 위해 새벽 1시부터 기다렸는데 송씨를 못 만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전 공유 없이 이런 메시지를 주고받기는 힘들다”며 김 의원의 교사 행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검찰이 같은 증거로 다른 말을 한다”며 “검·경이 짜 맞춰 몰아치는데 피고인이 어떤 대답을 하겠느냐”고 반박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