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과 관세청이 기습적으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중견 종합가전회사 모뉴엘과 자회사 잘만테크의 회계기준 위반 혐의를 포착하고 감리에 착수했다. 관세청은 모뉴엘이 서류 조작으로 수출 금액을 부풀려 금융권에 채권을 판매한 혐의를 잡고 박홍석 모뉴엘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2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모뉴엘에 자금을 지원한 각 은행을 상대로 대출 규모와 심사 과정 등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동시에 코스닥 상장사 잘만테크에 대해 감리 중이라고 밝혔다. 또 관세청은 모뉴엘이 서류상 수출 금액을 부풀려 금융권에 수출채권을 할인 판매한 정황을 확인하고 박 대표를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다.
모뉴엘은 2004년 컴퓨터 제조업으로 시작해 홈시어터 PC와 로봇청소기를 제조, 창업 10년도 안 돼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급성장한 유망 가전업체였다. 2007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계가전박람회(CES) 기조연설에서 ‘주목할 회사’로 지목해 지명도를 높였다.
그러던 모뉴엘은 지난 20일 은행에 갚아야 할 수출환어음을 제때 결제하지 못해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금융권은 모뉴엘이 그간 빌린 돈이 제2금융권을 포함해 67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빌려준 돈이 1500억원, 산업은행은 1165억원, 외환은행은 110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은 당장 이 여신에 대해 충당금을 쌓고 상당액을 손실 처리해야 할 처지다.
금융 당국은 모뉴엘의 규모가 크지 않고 재무제표상 특별한 부실 징후가 없어 상황을 심각하게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모뉴엘은 지난 4월 장부상 3년 연속 흑자를 냈고, 이자보상비율도 양호해 금감원의 기업 신용위험 세부평가 대상에서도 제외됐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모뉴엘의 법정관리 이후 “은행권에 미칠 충당금 손실은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금융 당국은 가공매출 허위 작성 등 분식회계 가능성이 있었는지, 채권단의 부실대출 심사가 있었는지 등을 다각도로 주시하고 있다.
모뉴엘은 채권 만기가 되면 또다시 가공 수출을 통한 채권을 판매해 일종의 돌려막기식 운영을 했고, 이런 식으로 판매한 할인채권이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잘만테크의 지분은 지난 6월 말 기준 모뉴엘과 박 대표가 각각 60.28%, 0.13%를 보유하고 있다. 잘만테크의 현 대표도 박 모뉴엘 대표의 친동생인 박민석씨여서 사실상 가족회사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모뉴엘 수출실적 뻥튀기 드러나
입력 2014-10-24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