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추위가 일찍 찾아와 급한 대로 외상으로 연탄을 구해다 배달해 드렸어요. 올해는 더 추울 거라는 데 후원은 줄고, 걱정이 태산입니다.”
고물이나 포장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충북 청주시 수곡동 김모(75) 할머니에게 10월은 유난히 춥고 외로운 계절이다. 당뇨와 고혈압으로 거동이 불편해 연탄을 옮기는 것 역시 적지 않은 걱정거리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9월에 지급했던 연탄쿠폰(16만9000원)은 연탄가격 고시가 늦어지면서 11월에나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소외계층에게 무료로 연탄을 공급·배달하는 전국 31개 연탄은행들이 후원금과 자원봉사자 부족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연말에 후원 문의가 집중돼 겨울을 준비하는 소외계층을 도와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3일 충북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이 단체가 소외계층 110가구에 전달한 연탄은 모두 2만2000장이다. 배달된 연탄 대부분은 연탄공장에서 외상으로 들여온 것이다. 외상으로 산 연탄은 모두 떨어져 더 이상의 사랑의 온정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후원이 줄어든 탓이다.
연탄 배달에 필요한 일손을 구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올해 10월 자원봉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209명의 절반인 109명에 그쳤다. 그나마 함께 일해 줄 자원봉사자가 평일에는 없어 주말에만 배달하는 실정이다.
강원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춘천연탄은행 창고에 비축된 연탄은 3000장에 불과하다. 한 가구당 150∼200장의 연탄이 배달되는 점을 고려하면 20가구 분량도 안 된다. 이마저도 후원이 부족해 연탄을 외상으로 구해다 전달했다.
속초연탄은행의 곳간도 비어 있다. 5000원∼1만원씩 쌈짓돈을 내놓는 개인 기부자들을 제외하면 기업 후원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지금 배달하는 연탄들은 모두 외상으로 가져온 것이다.
충북연탄은행 황흥용(청주 열린문교회 목사) 대표는 “후원과 봉사의 손길로 사랑의 온기를 전달해 어르신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실 수 있도록 해 달라”며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어 어르신들이 추위를 견뎌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는 “기부가 미미하다보니 전국 연탄은행 대부분이 연탄업체에 외상으로 연탄을 가져와 이웃에게 나눠주고 있는 실정”이라며 “500원을 나누면 우리의 이웃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으니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전했다.
청주·춘천=홍성헌 서승진 기자 adhong@kmib.co.kr
500원의 사랑 나눔이 이웃을 따뜻하게 데우는데… 후원금·자원봉사 ‘뚝’ 연탄은행 속 탄다
입력 2014-10-24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