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서 ‘미친 선수’ 나왔다… 가을야구 흥미진진

입력 2014-10-24 02:21
프로야구의 하이라이트인 포스트시즌에는 “미친 선수가 있는 팀이 이긴다”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이뤄지는 단기전 승부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대활약을 펼쳐 승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올 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도 ‘미친 선수’가 나왔다. 바로 LG 트윈스의 외야수 브래드 스나이더와 포수 최경철이다. 물론 미친 선수가 나온 LG는 NC 다이노스와의 준PO 1, 2차전을 내리 이겨 PO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겨놓고 있다.

스나이더는 LG에서 미운오리새끼 같은 존재였다. 지난 7월 외국인 선수 조쉬 벨의 대체 선수로 한국 땅을 밟은 스나이더는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며 부진을 거듭했다. 정규시즌 37경기에서 타율 0.210에 4홈런, 17타점이 고작이었다. 개막전부터 뛴 NC의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가 타율 0.343과 37홈런, 121타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의 믿음 속에 간신히 준PO 엔트리에 포함된 스나이더는 ‘가을 백조’가 됐다. 준PO에서 스나이더의 성적은 8타수 4안타, 무려 0.500의 타율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2차전에선 1-0 간발의 차로 앞선 4회 초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스나이더는 1차전에서도 4타수 3안타와 볼넷 1개로 1타점, 1득점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스나이더는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니 내가 야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돼 더 집중하려 했다”며 “정규시즌에 잘하지 못한 스트레스를 날리고 팀의 우승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11년이라는 오랜 무명생활을 견딘 최경철도 준PO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고 있다. 2003년 SK 와이번스에서 데뷔한 최경철은 박경완, 정상호 등 걸출한 포수자원이 있는 SK에서 만년 후보로 긴 세월을 보내야 했다. 2012년 넥센 히어로즈로 팀을 옮겼지만 부족한 타격 탓에 출장 기회가 적었다. 이듬해 최경철은 다시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래도 여전히 타격이 문제였다. 최경철의 올 시즌 정규리그 타율은 0.214에 불과하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최경철은 완전히 달라졌다. 준PO 1차전에선 1회초 3-0 상황에서 스리런 홈런을 터트리며 무명의 설움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2차전에선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수비에서도 1, 2차전에서 무려 세 개의 도루를 저지했다. 덕분에 최경철은 동료들로부터 ‘최스타’라는 별명을 얻었다.

반면 NC는 기대를 모은 선수들조차 부진에 시달리며 낭떠러지로 몰렸다. 김경문 감독이 에이스 찰리 쉬렉 대신 야심차게 1차전 선발로 내세운 이재학은 1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톱타자 박민우는 신인의 한계를 노출하며 1, 2차전 8타수 1안타의 초라한 성적을 냈다.

NC와 LG는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준PO 3차전 선발투수로 에이스인 찰리와 코리 리오단을 각각 내보낸다고 23일 예고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