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 해병2사단 전망대에 설치된 애기봉 등탑(사진)이 안전문제로 지난주 철거된 것과 관련, 교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는 23일 논평을 내고 “애기봉 십자가 등탑은 1971년 세워진 이후 43년 동안 전방지역 성탄절 점등 행사의 명물로 널리 알려졌고,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던 명소로 자리 잡았다”면서 “여론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철거한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북한도 대외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천명하고 있는데, 우리 국토에 종교시설물을 세운 것이 뭐가 그리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 정부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애기봉 등탑은 다시 세우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애기봉 등탑은 단순히 낡은 철 구조물이 아니라, 종교를 통한 인류 평화를 염원하는 상징”이라며 “어설프게 북한 입장만 고려해 철거한 것이라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애기봉 인근의 한 목회자는 “1주일 전에 올라가 보니 철거한 상태였다”며 “무너질 위험이 있으면 보강하면 되는데, 강풍 등에 부서질 위험이 있어 철거했다는 군의 발표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이유에서건 등탑 자체를 없앤 것은 결국 북한의 눈치 보기인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등탑 철거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2012년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을 주도했던 한반도프로세스포럼 대표 김충립 목사는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위해서는 애기봉 점등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군은 교계와 평화공원 조성을 함께 추진 중인 김포시 등과도 아무런 협의 없이 애기봉 등탑을 철거했다. 김포시 관계자는 “군과 협의해 등탑을 철거하고 평화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면서 “국방부 시설이기 때문에 알려줄 의무는 없겠지만, 군이 갑자기 등탑을 철거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김포시는 등탑을 철거한 자리에 내년부터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공원은 54m 높이의 전망타워와 함께 평화·생태전시관, 평화광장 등을 갖출 예정이다.
해발 165m 애기봉 정상에 등탑을 세워 처음 불을 밝힌 것은 1954년이다. 이번에 철거된 등탑은 7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웠다. 애기봉 등탑의 불빛은 20∼30㎞ 떨어진 개성시내에서도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한은 “괴뢰들의 반공화국 심리전”이라며 비난해 왔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애기봉 등탑 철거 엇갈린 교계 반응
입력 2014-10-24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