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작권 전환, 하겠다는 건가 말겠다는 건가

입력 2014-10-24 03:33
한·미 양국이 드디어 줄다리기를 거듭했던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를 매듭지었다. 한민구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조건에 기초해 전작권을 전환키로 결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공동발표문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뿐만 아니라 한미연합사 핵심 인력과 미 2사단 소속 210포병여단을 현 위치에 잔류시키기로 하는 등 미해결 쟁점을 대부분 해소했다는 데서 이번 SCM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양해각서의 가장 큰 특징은 이전과 달리 전작권 전환 시기를 명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시기를 못 박고도 두 차례나 연기해 국격을 손상시킨 전철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의미로 읽힌다. 전작권 전환은 노무현정부,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정권의 성격에 따라 합의와 연기를 반복했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7년 2월 양국 간에 2012년 4월 17일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가 이뤄졌으나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2015년 12월 1일로 연기됐고, 지난해 10월 45차 SCM에서 또 한 차례 연기하기로 의견을 모은 끝에 이번에 그 답을 내놓은 것이다.

두 나라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은 모두 세 가지다. 첫째,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둘째,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 셋째, 국지도발 및 전면전 시 초기 단계에서의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구비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조건은 패키지다.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전작권은 전환되지 않는다. 더욱이 하나같이 구체성을 결여한 추상적인 것이어서 도대체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건지 아닌지 애매모호하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이 미완의 과제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군은 전작권 전환의 관건은 핵을 비롯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우리 군의 초기 대응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적의 미사일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공격하는 방위 시스템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계가 완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2020년대 중반이면 가능하다는 게 군의 설명이나 이미 두 차례 연기한 전례가 있는 데다 먼 미래의 얘기라 신뢰도가 떨어진다.

KAMD는 미국이 한반도 배치를 추진 중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미국은 이번 SCM에서 전작전 전환에 관한 우리 측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제 미국이 요구할 차례다. 미국은 전작권 문제에서 양보한 만큼 사드 배치를 강력 요구할 확률이 높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해 동북아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어느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신중에 신중을 기해 결정해야 한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미봉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더 이상 전작권 문제로 국력이 소모되는 일이 없도록 군이 최선을 다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