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누리당 자중지란 경계하고 리더십 발휘하라

입력 2014-10-24 02:40
집권 새누리당이 난기류에 휩싸였다. 김무성 대표의 상하이 개헌 발언 이후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김 대표와 청와대 간 갈등 기류에 이어 새누리당 내 파워게임 조짐까지 보인다. 23일 김태호 최고위원이 전격적으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자중지란 양상이다.

작금의 불화는 김 대표가 자초한 측면이 있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 여러 세력이 힘을 합해 김 대표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여당 내 1위다. 그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대선을 3년 이상 남겨둔 상태에서 여권 내 권력투쟁이 벌어지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김 대표가 개헌 발언을 사과한 지 3일이나 지난 시점에 느닷없이 김 대표를 공개적으로 공격한 것이나 당내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이 거의 매일같이 김 대표를 비난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집권 2년차를 보내고 있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 현 시점은 참으로 중요하다. 취임 이후 주요 국정 과제들을 본궤도에 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청와대와 행정부, 여당은 당연히 똘똘 뭉쳐야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대통령을 옹위하는 친박 인사들이 내분을 조장하는 듯한 언행을 하는 것은 안타깝다.

김 최고위원의 사퇴는 뜬금없고 무책임한 행동이다. 7월 전당대회에서 3위 득표로 지도부에 진입한 사람이 갑자기 왜 사퇴했는지부터가 의아스럽다. 사퇴의 변은 듣는 사람들이 귀를 의심할 정도로 설득력이 약하다. 김 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한껏 몸을 낮추고 있는 사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겠다는 의도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비주류인 그가 “개헌이 골든타임이라고 하면서 대통령한테 염장을 뿌렸다”고 박 대통령을 옹호한 발언은 그 배경에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어쨌든 김 대표로서는 당권을 잡은 지 100일 만에 리더십의 시험대에 올랐다. 앞으로 청와대와 당내 친박 세력, 그리고 대선주자들의 견제는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우선 박 대통령에게는 적극 협력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것은 집권당 최고 책임자로서 기본 책무일 뿐만 아니라 본인의 대선 전략으로도 나쁘지 않다. 의견 차가 클 경우 청와대를 찾아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력도 필요하다. 친박 세력과의 화해·협력도 중요한 과제다.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과 정몽준 전 의원을 포함한 대선주자들과는 선의의 경쟁이 필요하다. 새누리당이 제몫을 하려면 여권의 화합이 필수다.